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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전태일과 비정규직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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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전태일과 비정규직 노동자

입력
2005.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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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라는 절규와 함께 ‘노동자의 벗,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분신한 지 벌써 35년이 지났다. 1960년대 말, 전태일은 하루 14시간 노동에 시간외 수당도 없는 저임금을 받고 통풍도 되지 않는 평화시장의 다락방에서 직업병에 신음하는 어린 여공들의 고달픈 삶을 통해 잘못된 사회 현실을 자각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는 ‘바보회’를 조직하여 노동자들과 함께 근로기준법을 학습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사용자들에게 시정을 요구하고 노동청에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하다가 1970년 11월 13일 22살의 나이에 산화하였던 것이다.

노동자의 벗, 전태일이 35년 만에 부활하였다. 서울시는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전태일 기념상’을 세우고, 오간수교에서 나래교 사이를 ‘전태일 거리’로 공식 명명하였다고 한다.

버들 다리(전태일 다리) 바닥에는 전ㆍ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시민 1만 5,000여 명이 참여한 4,000여 개의 추모글이 담긴 동판이 새겨졌다. 평화시장 앞 일대가 전태일 정신을 간직한 거리가 된 듯하다.

●여전히 엄혹한 노동 현실

그런데 이렇게 부활한 전태일이 외쳤던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라는 절규는 이제 과거의 일인가? 이 땅에는 아직도 장시간 노동과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임금에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의 모습은 바로 35년 전 청계천 피복 노동자들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전태일 이후 생존권 투쟁 과정에서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150여 명의 노동자 대부분은 비정규직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전태일의 절규가 아직도 유효한 것이 현실이다.

오늘날에는 비록 전태일이 그렇게 원했던 ‘법대생’보다 더욱 조직화된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서 총력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도 노동계는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여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과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 쟁취를 천명하였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해결이 전태일 정신의 계승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올바른 인식이다.

그러나 노동계가 비정규직 철폐와 권리 보장 투쟁을 전개한 지 5년여가 지나고 있지만,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고용불안 또한 심화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신자유주의에 따른 세계화와 사용자들의 전근대적 인식에 더 큰 책임이 있겠지만, 노동계가 진정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였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러한 의구심을 지우고 노동계가 진정 전태일 정신을 계승하려면 민주 노동운동의 초심으로 돌아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률이 날로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끌어안지 않으면 한국 노동운동의 미래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대기업 생산직과 사무직 노동자가 주축이 된 지금의 노동계가 비정규직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 성의가 없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비정규직 해결에 힘쏟아야

대기업 노조부터 사업장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조원으로 가입시켜야 하고, 이들의 고용불안과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대와 양보’를 해야 한다. 나아가 개별 기업에 머물지 않고 업종, 산업 차원에서 비정규직 지원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정부, 경영계와 함께 노동조합의 책임도 인정해야 한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_전태일

김인재 상지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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