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시절 핵심 실세였던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이 구속수감된 15일은 천정배(사진) 법무부 장관에게도 곤혹스러운 하루였다.
‘정치인 천정배’로서 갖고 있는 김대중 정부와의 관계, 수사팀의 구속 방침을 청와대에 설득시켜야 하는 법무장관으로서의 책무, 그리고 강정구 교수 사건 지휘권 파동 때 스스로 강조했던 불구속 수사 원칙은 쉽게 수렴되기 힘든 가치들이었다.
전날 “사전구속영장을 즉각 취소하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 측은 이날 “강정구 교수에 대해선 불구속수사 지휘권을 발동하면서 나라를 위해 애쓴 두 사람을 왜 잡아넣으려고 하는가”라고 천 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DJ를 통해 정치에 입문한 천 장관에 대한 섭섭함의 표시였다.
불과 한 달 전 자신이 강조했던 불구속 수사 원칙을 대형사건의 피의자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들고 나오는 것도 반가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천 장관의 입장을 괴롭게 만든 것은 친정인 열린우리당과 청와대까지 나서 이번 구속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하지만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법무장관은 검찰을 향한 정치권의 비판을 일정 부분 나누어 짊어져야 한다. 이 때문에 그는 최근 직접 청와대를 찾아 노무현 대통령에게 구속 수사의 불가피성을 보고하는 ‘악역’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 장관은 이날 국회 예결특위 전체회의에 출석, “(두 전직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법률상 구속요건에 해당된다고 봐서 그렇게 처리했다고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 정부의 업적이나 도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열린우리당 양형일 의원의 질의에 “그런 정치적 해석도 가능하겠다”고 답해 부담감을 시인하기도 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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