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검찰에 출석함에 따라 1997년 삼성 대선자금에 관한 안기부 도청테이프 ‘X파일’내용이 사실로 확인될지 주목된다.
검찰이 밝혀야 할 내용은 두 가지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처남인 홍씨가 삼성자금을 정치권에 배달해주는 ‘전달책’ 역할을 했다는 부분과, 삼성이 홍씨의 동생인 홍석조 광주고검장을 통해 전ㆍ현직 검사들에게 떡값을 돌렸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그 동안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 등을 소환 조사하고, 98년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국세청을 동원해 기업들에게서 불법대선자금을 모금한 ‘세풍(稅風) 사건’의 수사기록을 검토하며 홍씨 조사에 대비해왔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는 홍씨 사법처리는 공소시효 문제로 어려워 보인다. 삼성이 정치권에 뿌린 돈이 회사자금으로 확인될 경우 50억원 이상 배임ㆍ횡령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기 때문에 삼성 관련자에 대한 처벌은 가능하다.
하지만 횡령의 공범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 홍씨에게는 뇌물공여(5년)나 정치자금법위반죄(3년)를 적용할 수 있는데 모두 공소시효가 완성된 상태다.
99년 보광그룹 탈세사건 수사 때 홍씨 계좌에서 발견된 30억원 뭉칫돈의 출처도 밝혀져야 한다. 홍씨가 삼성의 대선자금을 받아 ‘배달사고’를 내고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데, 이 역시 공소시효 때문에 사법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단정하긴 이르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시효 부분을 감안하고도 필요성이 있어 소환한 것”이라고 말해 그간 수사에서 홍씨의 추가 혐의를 포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께 홍씨가 검찰청사에 들어서는 순간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홍석현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홍씨를 에워싸고 중앙일보 사진기자가 플래카드를 펼치려던 민노당원을 뒤에서 목을 조르며 낚아채는 등 몸싸움이 벌어졌다.
중앙일보 기자들은 99년 보광그룹 수사 때 검찰청에 출석하는 홍씨에게 “사장! 힘내세요”라고 외치고, 지난 12일 홍씨 귀국 때에는 공항에서 과잉 경호에 나서 논란이 됐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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