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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청범죄 심각성을 외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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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청범죄 심각성을 외면할 것인가

입력
2005.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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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국정원장 구속으로 드러난 김대중 정부시절의 도청실태는 새삼 놀랍다. 각계 인사 1,800명의 통화를 24시간 엿들었다는 검찰 수사결과는 웬만한 지도층 인사라면 자신도 도청 당했을 것을 걱정하게 한다. 더욱이 일반인의 통화까지 무작위로 엿들은 사실은 국가기관의 도청범죄 피해자는 국민 전체라는 상식을 일깨운다.

국민의 정부 국정원의 도청실태는 독재시절과 별로 다를 게 없다. 대공 첩보수집 등 고유업무와는 애초 거리 멀고, 대통령 주변과 공직자비리 파악도 중심이 아니다. 여야 정치인과 정부 비판인사, 경제인, 언론인, 시민사회단체 간부 등의 사생활 대화까지 샅샅이 엿들은 것은 무차별적이고 공작적인 대국민 사찰행위다.

시대변화와 인권구호를 생각하면, 독재시절보다 오히려 악질적이다. 이런 대국민 범죄혐의를 법원이 수긍한 마당에도 김 전 대통령측이 강정구 교수 불구속과의 형평을 따지는 것은 졸렬하다. 인권대통령의 명예를 소중히 여긴다면, 국민에게 자책하는 모습부터 보이는 게 도리다.

정부 여당의 태도는 한층 개탄스럽다.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 국가범죄의 실상이 드러났는데도 정치적 이해에 집착, 고작 구속수사를 시비하는 데 매달리는 것은 어이없다. 청와대가 “입장이 없다”거나, 열린우리당이 독재시절 도청 규명을 떠드는 것은 본분과 책임을 모르거나 외면하는 행태다.

정부여당이 우선 할 일은 엄정한 수사를 독려하는 것이다. 도청 피해자를 확인, 피해 구제를 돕는 것도 정부 책임이다. 무엇보다 국정원 감독 강화 등 도청 근절책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이런 데는 신경 쓰는 시늉조차 않는 것은 스스로 존재가치를 부인하는 것이다. 도청범죄의 중대성을 간과한 채 도청내용에만 관심 쏟은 이들과 언론도 진솔한 반성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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