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시 오포읍 주택조합아파트 인허가 과정을 둘러싼 의혹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올 초 지역 시장과 국회의원이 구속되면서 불거졌던 의혹의 사슬은 대기업과 경기도 고위 공무원에 이어 이제 중앙 행정부처와 청와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검찰 수사도 고위층의 압력과 로비 여부로 향하는 중이다.
로비 왜 계속되나 오포읍은 분당 신도시와 인접해 일찌감치 개발업자들이 들끓던 곳이다. 하지만 광주시 전체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각종 개발제한이 엄격했고 한정된 허가물량을 따내려는 경쟁 속에 로비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박혁규 전 의원과 김용규 광주시장은 신현리 일대에 아파트를 지으려던 업자에게서 뇌물을 받아 이미 실형을 선고 받았다.
검찰의 추가 수사 과정에서 이번에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고산리에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던 업체가 적발됐다. 이 업체는 다수의 브로커를 고용, 박 전 의원은 물론, 한현규(구속) 경기개발연구원장에게 돈을 건네고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등에게 줄을 댄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검찰에 이 같은 로비 실태를 제보했던 개발업자는 “광주시 일대 개발과정을 수사하면 대한민국 고위층은 전부 쇠고랑을 찰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위층 개입했나 가장 큰 관심은 건설교통부가 고산리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안 된다’에서 ‘된다’로 바꾼 과정에 쏠리고 있다. 건교부는 지난해 5월 경기도의 질의에 ‘재검토하라’고 통보했으나, 8월 감사원이 민원처리실태 감사를 통해 ‘법적 근거가 없는 조치’라고 지적하자 10월 ‘가능하다’고 답변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시행사인 J건설이 고용한 브로커 이모씨가 정 전 수석에게 청탁 전화를 했고 인사수석실 행정관은 건교부 담당 국장을 불러 ‘불가’ 결정 경위를 물었다. 행정관이 그 뒤 이씨에게 담당국장을 소개해 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바로 이 대목에서 정 전 수석 등 로비를 받은 고위층이 건교부의 방침 변경에 어떤 압력을 넣지 않았느냐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검찰 주변에서는 청와대와 감사원 고위관계자 2~3명의 이름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펄쩍 뛰고 있다. 지난해 감사를 맡았던 실무자는 “광주시는 건교부가 1998년 일찍이 도시지역으로 개발할 것을 승인한 지역이다. 이 방침에 따라 엄청난 용역비를 들여 계획을 짜나갔는데 건교부가 애매한 이유로 거절한 것”이라며 “감사원은 건교부의 이 같은 자기모순적 조치를 시정하라고 지적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수사 어떻게 될까 최근 한현규씨를 비롯한 경기도 공무원들의 비리의혹 규명에 주력했던 검찰은 다음주부터 건교부의 입장 변경 과정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감사원과 청와대 관계자도 조사 대상이다.
하지만 검찰은 매우 신중한 모습이다. 로비의혹은 금품 등 대가를 주고받은 사실이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한데 아직 뚜렷한 단서가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인허가 과정에 의혹도 있고 정 전 수석 등 정부 고위관계자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돈이 오간 물증이 없는 한 이번 수사도 자칫 의혹만 무성했던 ‘행담도 사건’의 재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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