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을 진작하고 경기를 살리려면 우리나라 돈(자본)을 해외로 퍼내야 한다.”
“자본유출이 얼마나 무서운지 벌써 잊었는가. 금리를 올려 자본유출을 막아야 한다.”
우리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나 국민들의 해외증권투자를 더욱 장려하는 등 국내자본의 해외유출을 적극 유도해야 할지, 방어해야 할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한ㆍ미간 금리역전으로 자본유출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국내 금리를 올려 자본유출을 방어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오히려 국내자본의 해외유출을 적극 유도해 ‘원화 가치 하락→수출 경쟁력 확보’를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자본이 해외투자를 위해 달러를 많이 살수록 원화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자본유출 방어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한ㆍ미간 금리역전 때문이다. 현재 한ㆍ미간 정책금리는 각각 3.5%, 4.0%로 미국이 0.5%포인트나 높다.
더욱이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내년 초 임기 만료 전까지 두 차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연 4.5%까지 올려놓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 경우 한ㆍ미간 정책금리는 자본유출을 촉발한다는 1.0%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한ㆍ미 금리격차와 포트폴리오자금 유ㆍ출입’이라는 보고서에서 “한ㆍ미간 정책금리 격차 확대로 시장금리마저 역전될 경우 국내 주식시장에서 내ㆍ외국인의 자금 이탈을 가속화, 금융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내국인 소유든, 외국인 소유든 국내자본의 해외 유출을 방치할 경우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1997년 말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이탈로 외환위기가 가속화됐던 쓰라린 경험도 작용한다.
반면, ‘자본유출 유도론’은 엔ㆍ달러 환율이 바닥을 모른 채 떨어지면서 수출경쟁력이 치명상을 입을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올들어 100엔당 원화 환율은 황금률이라는 10대 1이 깨져 900원선 아래로 떨어졌다.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은 원ㆍ달러 환율보다 원ㆍ엔 환율 하락에 더 치명적이다. LG경제연구원은 “원ㆍ엔 환율 급락은 일본이 경상수지 흑자로 넘쳐 나는 달러를 자본수지 적자를 통해 해소하면서 엔화절상 압력을 완화해온 반면,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에다 자본수지 흑자까지 더해져 원화절상 압력이 강화된 때문”며 “한국도 경상수지 흑자에 버금가는 정도의 자본수지 적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자본이동의 걸림돌을 제거해 국내자본의 해외유출을 더욱 적극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물건과 서비스를 팔아서 번 달러가 국내에 넘쳐 나는 만큼, 우리 국민과 기업의 해외투자를 통해 이 돈을 다시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얘기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10여년 내리 경상수지 흑자를 내면서 이에 따른 비용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파생상품 시장을 활성화해 우리 국민들의 해외증권투자를 더욱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