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하면 흔히 ‘선구자’ ‘그리워’ 같은 노래를 떠올리지만, 우리 전통음악에도 가곡이 있다. 조촐한 관현악 반주로 시조시에 가락을 얹어 부르는 느리고 단아한 노래다.
풍류를 즐기던 옛 선비들이 수양 삼아 불렀던 이 노래들은 요즘은 전국의 전공자를 다 합쳐도 30여 명에 지나지 않는 낯선 음악이 되었다. 가곡이 지닌 고고한 기품과 그윽한 아름다움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통가곡의 매력을 알리고 싶어하는 젊은 가객 정마리가 첫 독창회로 옛 악기들과 함께 하는 독특한 무대를 마련했다. 18, 19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는 고려 때 사라졌다가 최근 복원된 현악기 공후, 하프의 원형인 켈틱하프, 16세기 서양 바로크음악에서 널리 쓰인 건반악기 하프시코드, 맑은 울림의 가야금이 등장한다.
들려줄 노래들도 전통가곡 레퍼토리 외에 중세 프랑스 음유시인의 노래부터 창작곡까지 동서고금을 아우른다. 곱디 고운 속소리를 뽑아내어 길게 늘이는 가곡 본래의 창법은 지키되, 가곡에 현대적 감성을 불어넣고 월드뮤직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곡들이다.
‘한숨은 바람이 되고’로 시작하는 여창(女唱)가곡 ‘우조(羽調) 두거(豆擧)’를 공후에 얹어 부르고, 스페인의 사랑 노래 ‘L’Amor’에 여창가곡 ‘계면조 평롱’을 교차시켜 켈틱하프 반주로 노래한다. 중세의 샹송 ‘나는 사랑받은 만큼 사랑하지 못했네’는 하프시코드와 어우러지고, 시조 ‘빈 산에 잠든 달’은 가야금 줄 위에 띄워 올린다. 윤혜진 곡 ‘우리가 만난 적이 있던가요?’는 공후와 켈틱 하프, 하프시코드, 가야금과 노래의 만남이다.
전통적 형식에서 벗어난 이러한 시도는 가곡의 미래, 21세기의 가곡을 찾아보려는 것이다. 과거의 화석이 아니라 ‘오래된 미래’로서 가곡을 재발견하려는 의미있는 몸짓이라 하겠다.
정마리는 진작부터 이런 작업을 해왔다. 여창가곡의 전수자로서 가곡의 원형을 배우고 지키면서 한편으로는 무용, 연극, 영화 등에 노래로 참여해 가곡의 현재성을 탐색해왔다. 이번 공연은 이민주(하프시코드), 이기화(켈틱하프), 조보연(공후) 양미희(가야금)이 함께 한다. 공연시각 18일 오후 8시, 19일 오후 5시. (02)762-919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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