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추진력 잃은 부시 인권외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추진력 잃은 부시 인권외교

입력
2005.11.15 00:00
0 0

14일 아시아 순방 길에 오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중간 기착지인 알래스카 엘멘도프 공군기지에서 이라크전을 비판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반격을 가했다.“무력 사용에 찬성한 민주당 의원들이 과거의 말을 뒤집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이 장면은 이라크전에 발목 잡혀 있는 부시 대통령의 처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부시 대통령과 미국을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이 뿐이 아니다. 같은 날 유럽연합(EU) 의회 의원들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동유럽 국가 등에서 테러 용의자를 수감하는 비밀 수용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EU 집행위에 요구했다. 이는 미국이 만들어낸 인권과 자유의 사각지대의 한 유형에 불과하다.

미국 언론은 9ㆍ11테러 이후 제정한 ‘애국법’은 테러 용의자들뿐 아니라 평범한 시민까지 상시적 감시 대상에 올려 놓고 있다고 지적한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모든 것이 용인되던 때는 흘러 갔는데도 미국 내 강경 세력은 여전히 고문방지법에 반대 목소리를 낼 정도로 ‘과거’에 묻혀 있다.

부시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에서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의 확산’을 외칠 것이라는 보도가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14일자 뉴욕 타임스는 사설에서 부시 대통령이 중국에 가서 해야 할 일을 충고하면서 민주주의나 인권의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거론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과의 정치적ㆍ경제적 긴장 관계를 완화하고 이란 핵 문제, 아프리카 내전 문제 등 세계적 현안에 대해 협력하는 토대를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의 충고가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는 도외시하라는 얘기는 아니겠으나 민주주의 인권 외교에서 추진력을 잃어버린 부시 대통령에게는 그나마 위안이 되는 충고처럼 들린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