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에게 물었다. ‘동북아인, 백인, 흑인, 동남아인 중에서 누가 가장 어색합니까?’ 제일 거리를 느끼는 인종은 흑인이다. 그러면 가장 친숙한 인종은? 한국인과 흡사한 중국인, 일본인? 정답은 백인이다.
외국인 노동자 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사회문제화해 있는 상황에서 초등학생들도 기성세대 못지않은 심각한 인종적 편견을 갖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초등학생들은 자신들이 포함된 동북아인 등 어떤 인종보다도 백인을 가장 친절하고, 부지런하며, 영리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반면 흑인이나 동남아인들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특히 학원에서 외국의 문화 관련 교육을 받은 경우 이 같은 편견이 더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수원 호매실초등학교 고아라(28) 교사는 19일 한신대 서울 수유리 캠퍼스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아시아ㆍ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주최 ‘동아시아 문화와 국제이해교육’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등학생들의 인종 편견과 반(反)편견 교육의 필요성 연구’를 발표한다. 지난해 6월28일~7월14일 서울의 초등학교 4곳과 경기 지역 초등학교 6곳의 5, 6학년생 43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은 모든 질문항목에서 백인을 가장 우월하게 평가했다. 친구로 사귀고 싶은 인종은 백인이 27.3%로 가장 높았고 이어 동북아인(21.7%), 흑인(19.9%), 동남아인(18.1%) 순이었다.
친밀도를 알아보기 위해 ‘어색하다’는 말을 제시하고 ‘매우 그렇다’부터 ‘매우 그렇지 않다’까지 5점 척도로 답하게 한 결과, 어색하다고 느끼는 인종은 흑인(52.8%), 동북아인(39.9%), 동남아인(34.3%), 백인(23.1%) 순으로 높았다. 반대로 백인(54.6%), 동남아인(38.5%), 동북아인(31.2%), 흑인(23.8%) 순으로 친근하다고 느꼈다.
친절한 인종으로도 백인(59.3%)을 가장 먼저 꼽았으며, 이어 동북아인(49.8%), 동남아인(46.2%), 흑인(32.1%) 순이었다. 지적 수준을 묻는 질문에 동남아인(26.8%)이 ‘어리석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백인은 9.3%로 가장 낮았다.
‘비위생적’ 질문에서는 흑인이 43.4%로 가장 높고, 역시 백인이 6.9%로 가장 낮았다. 또 학생들은 가장 지위가 높고, 부유하며, 근면한 인종으로 한결같이 백인을 꼽았고, 동남아인들이나 흑인은 게으르고 가난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외국어 실력이 높을수록 각 인종에 관한 전체 편견은 낮았으며, TV나 영화를 통해 여러 인종을 자주 접한 경우 백인이나 동북아인에 대한 편견은 적었지만 흑인은 오히려 강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또 학원에서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경우 동남아인의 성품이나 능력에 대한 편견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 교사는 “현 교과과정에서는 이런 편견에 대응하는 교육이 매우 부족하다”며 “해외문화 체험이나 다른 문화의 색다른 점을 강조하는 ‘관광식 교육’ 역시 다양한 삶의 가치나 방식, 신념, 편견 없는 태도,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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