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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신건씨 영장/ "도청 최고 책임자… 면죄부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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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신건씨 영장/ "도청 최고 책임자… 면죄부 곤란"

입력
2005.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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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고민 끝에 임동원, 신건 두 전직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 정부와 김대중 정부의 관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이들이 사실상 도청의 최고 책임자여서 면죄부를 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국정원 도청 수사의 클라이막스인 두 전직 원장의 사법처리로 이제 김대중 정부의 도청 수사는 정리단계에 접어들 전망이다.

구체적 혐의 및 영장청구 배경

임씨는 휴대폰 감청장비 R2가 개발되자마자 장비를 이용한 첩보수집을 지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청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14일 김은성씨의 법정진술에 따르면 임씨는 김씨에게 민주당 내 공천문제에 불만이 있던 장성민 당시 의원을 만나도록 해 “너무 급격한 개혁을 하지 말라”는 뜻을 전했다. 또 ‘(安風) 사건’, 김홍걸씨의 소송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신범 전 의원을 각각 만나도록 지시한 사실도 밝혀졌다.

모두 임씨가 국정원 도청정보를 국내정치에 이용한 사례들이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신씨도 재임 시절에 도청을 계속했으며, 수사과정에서 국정원 간부들을 만나 도청을 은폐하기 위해 진술 번복까지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이날 법정에서 신씨가 김병두 전 8국장이 검찰에서 도청사실을 시인한 사실을 알고 다음날인 9월24일 자신과 김병두씨 등을 불러 크게 질책했다고 진술했다.

신씨는 2002년 3~4월 감청장비를 폐기한 당사자이지만, 당시는 감청장비를 국회 정보위에 보고토록 의무화한 개정 통신비밀보호법 시행을 앞둔 상황이었던 점에 비춰 자발적인 폐기로 보기 어렵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이처럼 도청 가담 정도가 무거운데도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다는 점이 영장청구의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검찰은 “과거의 잘못을 고백한 현 국정원과 김대중 정부에 미치는 영향, 공소시효가 지난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장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를 깊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도청 수사 남은 과제

이제 검찰 수사에서 남은 관심은 ‘X파일’로 알려진 안기부 도청테이프 내용과 국정원 도청문건 유출 경위 수사로 쏠리게 됐다.

국정원 도청내용의 청와대 보고여부가 아직 풀리지 않았지만, 사법처리로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청와대엔 도청내용을 대화체로 요약한 ‘통신첩보’ 형식으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조사 내용이다.

검찰 관계자는 “ ‘도청을 근절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전직 국정원장의 사법처리 이유를 문구 그대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X파일 도청내용 수사는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미국에 체류하며 소환을 미룬 탓도 있지만, 국정원 도청 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사의 진척이 더뎠다.

하지만 16일 홍 전 대사가 소환되면 수사가 본격 재개될 예정이다. X파일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불법자금 전달을 총지휘한 정황이 담겨 있어, 수사가 마무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과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또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 등이 공개한 국정원 도청문건이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도 남은 수사에서 밝혀야 할 과제다.

삼성에서 명절 떡값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전ㆍ현직 검찰 간부, 미림팀 도청 내용을 처음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의 처리 여부도 관심사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검찰이 안기부 시절 미림팀 도청은 물론 유선전화 도청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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