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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클래식] 추수감사절에 꼭 들어야 할 '위대한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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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클래식] 추수감사절에 꼭 들어야 할 '위대한 곡

입력
2005.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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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음악이 요한슈트라우스 왈츠다. 부활절에는 헨델의 할렐루야를, 크리스마스엔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연말이 되면 베토벤 9번 교향곡이 등장한다.

이처럼 우리에겐 각 축제시즌에 유난히 많이 들을 수 있는(지겹도록 들을 수 있다는 말) 고정 레퍼토리가 존재한다. 이런 연주회들의 포스터가 붙으면 계절의 변화를 느껴 미리부터 설레이곤 한다. 크리스마스 관련 콘서트들의 포스터가 곳곳에 붙고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기다리는 것은 순서가 아니다. 곧 다가올 추수감사절이 있다. 한국에서는 11월의 셋째 주 일요일로 지정돼 있다. 한 해 수확을 감사 드린다는 차원에서 보면 추수감사라는 의식은 모든 종교를 초월한, 문화적인 행사다. 그런데 특별히 이날마다 연주되는 음악은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여기 추수감사절에 꼭 듣고 넘어가야 할 위대한 곡을 소개하겠다. ‘위대한 곡’이란 우리 클래식마니아들에겐 당연히 ‘베토벤 후기현악사중주’의 줄임말이다. 오케스트라나 합창곡이 아닌 현악사중주에 바로 그 곡이 담겨있다.

그 제목은 곡의 위대함에 걸맞게 엄청나게 길다. ‘병이 나은 자가 추수감사절에 신에게 드리는 감사의 노래 - 리디안 선법에 의한’. 리디안 선법이란 중세에 사용하던 음계중에 하나인데 그냥 넘어가도 괜찮다.

우리는 그냥 간단히 줄여서 ‘감사의 노래’라고 하는 편이 기억하기 쉽다. 이 곡은 베토벤 현악사중주 15번(Op.132)의 세번째 악장이다. ‘대푸가’가 그랬듯이, 바흐의 ‘샤콘느’가 그랬듯이 이 악장도 자기 혼자 15분이나 된다. 느리게 연주하기 좋아하는 이탈리아노 콰르텟의 녹음은 20분을 훌쩍 넘길 정도다.

우리가 돌림노래라는 말로 알고 있는 ‘캐논’의 분위기를 띤 이 곡을 들으면 두번 다시 그 허접한 ‘파헬벨의 캐논’은 듣게 된다. 아주 느리면서도 단순한 박자로 출발하지만 마지막에 다다르면 점점 복잡해지면서 ‘클라이맥스란 이런 것이다’라고 외치듯 숨이 멎을 듯한 감동을 준다. 베토벤은 자신이 당시에 병으로 고생했다.

귀까지 완전히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작곡을 할 수가 없어, 이 불멸의 작품 2악장을 마친 뒤 한동안 손도 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완치 된 후에 이 작품을 쓰면서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추수감사절 노래로 승화시킨 것이다. 처음 듣는 사람은 영화음악으로 착각할 만큼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 차 있다.

11월20일이 되면 대부분의 교회나 성당에서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리지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이런 곡을 연주하는 곳이 거의 없어 아쉽다. 올해부터라도 추수감사절에 베토벤을 연주하자.

그리고 그 감동으로 올해 걷어들인 우리들의 조그마한 수입에 대해 감사 드리자. 종교를 가진 자는 신에게, 그렇지 않다면 조상님께, 부모님께, 나를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감사하자. 감사만큼 커다란 미덕은 없을 테니까.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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