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겨냥한 여야의 움직임이 대조적이다. 한나라당에는 선거가 6개월 이상 남았는데도 당내 경선이 시작된 듯한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반면 열린우리당은 가급적 본격 레이스를 늦추려는 분위기다.
이 같은 현상은 양당이 처한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 한나라당은 잇단 재보선의 승리로 당 지지도가 상승하고 있고, 이는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낙관적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우리당은 재선거 패배에 따른 당청 불화, 도청을 둘러싼 김대중 전 대통령측과의 갈등 등 악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선 소속 의원들이 줄줄이 출마를 선언하는 데 반해 우리당은 외부 인사쪽에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환경과 무관치 않다.
한나라당은 ‘당내 경선 통과=본선 승리’라는 인식 아래 이미 6명이 경선 출마의사를 밝혔다. 15일 박계동 의원이 공식 출마를 선언했고 맹형규, 홍준표, 이재오 의원과 박진, 진영 의원도 조만간 출사표를 던질 계획이다.
이들은 앞 다투어 출판기념회를 열어 세를 과시하는가 하면 의원과 원외위원장, 대의원들을 파고들고 있다. 때문에 조기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날 강재섭 원내대표가 “지방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후보들이 출판기념회를 열고 있는데, 정기국회가 끝나고 해도 된다”며 자제를 촉구한 것도 그래서다.
후끈 달아오른 의원들간 경쟁 때문에 외부인사 영입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지도부는 당내 인사가 여당 후보에 비해 약세일 경우 외부 명망가를 전략 공천할 수 있다는 생각이지만, 의원들의 기세를 볼 때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달리 우리당에선 드러나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 “지금의 당 지지도로는 서울은커녕 텃밭인 전북의 선거도 위험하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우울한 전망이 당을 휘감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부도 내년 2월 전당대회 후 체제를 정비한 뒤 서울시장 경선문제를 논의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조기 과열양상이 그리 싫지 않은 눈치다. 한나라당에서 자중지란이 일어날 경우 국민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줄 것이고, 그 때 참신한 인물을 내세운다면 예상 밖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내에선 김한길, 유인태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내부 인물로는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한 초선 의원은 “정치인은 흠결이 다 드러나 있어 본선에서 고생하겠지만, 지명도가 높은 CEO 등 정치권 밖 명망가들은 좋은 이미지를 앞세워 단기 승부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대제 정통부장관과 왕성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가 거명되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 사장을 지낸 이계안 의원과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이름도 나온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염영남기자 liberty@hk.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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