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4일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을 나서면서 환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이 면담에서 우의(友誼) 넘치는 덕담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8월 박 대표 취임 직후 전직 대통령 예방 차원에서 이뤄졌던 독대 이후 1년3개월 만이다.
이날 박 대표는 기대 이상 환대를 받았다. 박 대표는 먼저 “차를 즐기신다 해서 몸을 생각해 차를 준비했다”며 녹차를 선물로 내놓고 건강을 물었다.
김 전 대통령은 “많이 좋아졌다”며 “오늘이 박정희 대통령의 생일이라고 하더라. 살아계시면 몇 세쯤 되냐”고 물었다. 박 대표는 “1917년 생으로 80이 넘었다”고 답하자 김 전 대통령은 “나는 24년 생”이라고 말했다.
1시간20여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에서 두 사람은 지역화합, 강정구 교수 문제, 맥아더장군 동상철수 논란, 외교, 한류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누었다고 배석한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다.
김 전대통령은 특히 대화 도중 여러 차례 박 전 대통령의 공로를 평가, 박 대표를 배려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보다는 주로 김 전 대통령의 얘기를 들었다.
김 전 대통령은 “남자도 아닌 여자가, 특히 야당 당수가 선거 때마다 모조리 싹쓸이 하는 것을 보니 대단하더라”며 “하루빨리 지역갈등이 없어지고, 여러 지역에서 고루 국회의원이 당선되는 정당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표가 “호남지역에 예산을 반영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자” 김 전 대통령은 “선친께서 못하신 지역화합을 위해 일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잘하니 못하니 해도 박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이 열심히 해왔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억지소리와 흑색선전, 과격한 노동운동 등은 모두 실패하고 있다”며 “강정구 교수는 여야가 엄중히 질책해야 할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맥아더동상 철거가 말이 되는가”라며 “인천상륙작전이 없었다면 모두 공산화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한나라당이 민생에 주력한 건 잘 한 것”이라는 칭찬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말미에 “박 대표가 한 번 큰 포부를 갖고 잘 해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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