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학위 취득자에게는 시민권을 주겠다’.
유럽연합(EU)이 시민권을 내걸고 우수 두뇌 유치에 나선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4일 EU가 회원국 내에서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학위를 받은 비(非) EU 국가 유학생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인재를 흡수하면서 교육시장의 수익성을 확보해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이 계획은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EU 정상회담에서 호세 마누엘 바로소 EU 집행위원장의 제안으로 급부상했다. 바로소 위원장의 제안을 EU 순번제 의장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적극 지지했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내무장관도 해외 유학생 유치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며 거들고 나섰다. 바로소 위원장은 “내년 봄 열리는 EU 경제 정상회담에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이 박사 학위를 취득한 외국 유학생에게 시민권을 자동 부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입안 단계에서 첨단 과학기술, 공학 등 부가가치가 높은 이공계 분야 학생들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서는 관련 분야의 지식이 없으면서도 시민권을 돈으로 사려는 위장 유학생이 급증하고, 박사 과정 이전의 석사과정 등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9ㆍ11 테러 이후 유학생이 급격히 줄고 있는 미국도 두뇌확보 대책을 마련하느라 골몰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2004~2005년 미국 대학의 외국 유학생 등록자수는 전년보다 1% 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2.4% 떨어진 데 이은 2년 연속 감소세다. 미국 유학생이 줄어드는 것은 오일 쇼크를 겪은 70년 대 이후 처음이다.
미 국무부는 올해 과학ㆍ공학 등 ‘민감한’ 분야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의 비자를 1년 자동 연장하는 개선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고급 인력 부족에 시달려온 업계에서는 비자연장의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비자 심사도 간소화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쇄신책을 요구하고 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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