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민주화의 최대 걸림돌은 ‘무카바라트’로 불리는 비밀경찰이라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동의 이방인, 특히 언론인들이 가장 먼저 숙지하는 아랍 말이 무카바라트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시절, 정권을 받치던 세 기둥은 바트당원, 정예 공화국 수비대와 함께 무카바라트였다. 사담 후세인은 반정부 인사를 색출하고 고문ㆍ살인을 일삼는 도구로 무카바라트를 이용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가도 무카바라트 장악이 권력 유지의 핵심을 이룬다.
이집트에서 이 기구 건물 주변을 서성이던 한 기자는 연행된 것은 물론 이후 주요 인사를 만날 때면 비밀 경찰의 전화를 받아야 했다.
역설적으로 중동의 잦은 테러와 독재가 이 기구의 힘을 키웠다. 무카바라트는 ‘안보 장사’를 통해 엄청난 정치 권력을 누렸으며 문어발 조직을 갖추고 법 위에 군림해 왔다. 중동에서 가장 민주화된 국가인 요르단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은 막강한 권력을 배경으로 요르단의 정치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의원들은 무카바라트의 도움으로 당선하고, 이들의 지시대로 투표하며 재선을 약속 받는다. 이런 식으로 결정되는 정책이 90%에 달한다. 또 무카바라트는 대학교수, 대사, 언론의 편집인 인사 등에 개입하고, 돈으로 매수한 수 천의 정보원을 통해 도청을 자행한다.
요르단 시민들이 대화 도중 무카바라트를 ‘그 친구들’이라고 바꿔 부를 만큼 일상을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존재이기도 하다. 이들의 힘이 정치 경제 전반에 걸치면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0% 이상이 공개적인 정부 비판에 위험을 느끼며, 75% 이상은 정치 집회 참석에 두려움을 갖는다고 답했다.
1990년 후세인 국왕 서거,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 체결 이후 무카바라트의 위세는 더욱 커졌다. 이 덕분에 어린 나이에 등극한 압둘라 2세 국왕은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었다. 민주화 인사들은 이 기구에 대한 제한이나 통제없이 진보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이라크에 이식되고 있는 미국식 개혁은 대안이 아니라고 여긴다.
요르단의 저항 시인 사미르 알 쿠다는 “미국이 아랍 지도자들에게 경찰국가를 만들도록 허가했으며, 그 결과는 종교적 극단주의”라고 지적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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