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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골프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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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골프 경제학

입력
2005.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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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로 전향한 골프 선수 미셸 위가 받는 돈은 광고 수입 등을 합쳐 연간 400억 원 수준이라는 소문이다. 하루에 1억 원 이상을 버는 셈이다.

미국에서 골프는 사회체육이다. 동네 골프장에서 골프 한번 치는 데 1만 원이면 충분하다. 오후 3시 이후부터는 일몰 입장료로 더 싸지거나 무료로 입장 가능한 곳도 있고, 50만 원 정도의 연회비만 내면 매일 무료로 칠 수 있는 곳도 많다. 꼭 4명이 아니라 한두 명이 라운딩 해도 무방하다. 그야말로 동네 공터에서 축구 하는 것만큼이나 쉬운 사회체육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미셸 위는 아버지와 같이 수시로 라운딩 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재능이 발견되었다. 버디를 잡으면 상금도 받았다. 재능은 키워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걸어다니는 기업이 되었다. 미국이라는 환경이 아니면 매우 어려웠을 일이다.

한국의 회원제 골프장에서 1회 라운딩 하는 비용은 보통 25만 원 이상이다.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카트에 가득 담기도록 식품을 사도 10만 원을 넘기기 어려운 것에 비하면 25만 원 골프는 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외골프에 年1조원 낭비

그러니 연간 50만 명이 넘도록 해외 골프 여행이 성행하고, 그 비용이 줄잡아 1조 원이 넘는다. 지난해의 경우 관광수지 적자 3조4,000억 원의 29%에 해당한다. 이를 국내에 잡아두면 1조 원만 굳는 게 아니다. 그에 따른 고용 증가와 부대사업 등으로 수천억 원이 추가로 굳는다.

세금 때문에 비싸다. 아직도 골프장 건설은 사치성 사업으로 분류되어 있어 일반적인 경우보다 취득세는 7.5배, 재산세는 17배, 그리고 종합토지세는 무려 최대 50배나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골프 요금이 높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다시 환경세, 교육세, 체육진흥기금 등 각종 세금이 2중 3중으로 들러붙는다.

골프 비용이 만만치 않으니 회원권에 대한 수요가 클 수밖에 없다. 저금리 하에서 회원으로 골프 치는 것이 훨씬 싸게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회원권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니 회원권은 수익성이 좋은 부동산 투자 대상이 된다. 실제로 8ㆍ31 부동산 대책 이후 2개월 사이에 회원권 시세가 4% 넘게 오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전국 골프장 수는 줄잡아 200개를 조금 넘는다. 그 중 회원권이 5억 원을 넘는 골프장이 10개 이상이다. 10억 원을 넘는 골프장도 있다. 수억 원의 돈을 잔디밭에 묻어 두는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경제구조를 이해하기 어렵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목을 건다면서 이런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참여정부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회원권이 오르는 것은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골프장 건설이 쉽지 않다면 수요를 억제하면 된다. 골프 접대비를 비용으로 처리해 주지 않으면 법인들이 회원권을 몇 개씩 가질 필요가 없다. 회원권을 참여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부유세(종합부동산세)의 대상에 포함시키면 개인들도 수억 원이 넘는 회원권을 몇 개씩 가질 이유가 없다.

●국내 골프장 공급 늘려야

장기적으로는 골프장이 더 건설되어야 한다. 골프장 당 인구수로 볼 때 일본은 5만6,000명이고, 미국은 1만6,000명인데 한국은 22만5,000명이나 된다. 꼭 미국 수준을 따를 필요는 없지만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한국의 골프장 수가 선진국들에 비해 적은 것만은 분명하다.

2003년에 골프를 친 연 인원은 1,450만 명이었다. 이것이 2003년에 1,500만 명, 2004년에 1,660만 명으로 해마다 5% 이상 늘고 있다. 야구나 축구 관람 인원이 연간 300만 명임에 비추어볼 때 골프가 어떻게 사치스러운 운동인가?

골프는 이제 사회체육이 되어 가고 있다. 세금을 가당치 않게 많이 매겨 골프 인구를 밖으로 내모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국민건강상으로도 득보다는 실이 한참 더 크다.

노영기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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