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이 15일로 창당 50주년을 맞는다.
만년 집권당으로서 한 때는 공룡처럼 빈사위기를 맞았던 자민당은 최근 ‘당을 부서뜨리겠다’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개혁 드라이브에 힘입어 다시 부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 국민을 열광시켰던 9ㆍ11 총선에서 압승해 멈출 수 없는‘개혁 열차’에 올라타게 된 자민당은 살아 남기 위해서라도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됐다.
최근 눈에 보이는 자민당의 변화는 획기적이다. ‘파벌’과 ‘관료지배’등으로 상징됐던 일본의 오래된 정치 관행이 힘을 잃고 있다. 대신 과거에는 생각하기 힘들었던 대통령 같은 총리의 강한 리더십으로 거침없는 개혁의 칼이 곳곳에 드리워지고 있다.
개혁에 대한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에 자신을 얻은 자민당은 한층 보수ㆍ우경화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타국에 간섭 받지 않는 일본다운 일본’을 강조하며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와 평화헌법 개헌 등 그동안 금기시됐던 것들을 더욱 당당하게 추진하려는 태세다.
1955년 보수 정파인 일본민주당과 자유당이 합쳐져 새로 탄생한 자민당은 사회당과 함께 보수-혁신의 ‘55년 체제’를 형성하며 전후 일본을 이끌어왔다. 가장 큰 공적은 폐허 속에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 것과 공평한 분배에 성공했다는 점. 중 선거제 아래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화(和)를 중시하는 파벌정치도 국민 모두를 중산층으로 만드는데 효율적인 수단으로 작용했다.
거대 집권당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부패한 금권ㆍ파벌 정치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다. 더욱이 탈 냉전이후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심각한 경기침체까지 맞은 자민당은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서 개혁 대상으로 급전직하했다. 결국 자민당은 93년 첫 비(非)자민당 정권인 호소카와(細川) 내각에게 잠시 정권을 내주었다.
사실상 일당독재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자민당의 미래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낙관론은 야당의 존재가 미미한 가운데 ‘포스트 고이즈미’들의 신선한 개혁 경쟁이 이어지면서 자민당의 ‘군림’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반면 현재 자민당의 부활은 고이즈미 인기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안정된 자민당’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고이즈미 극장’에 감동한 유권자들이 또다시 지지해 줄 것이란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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