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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요즘 갈무리와 옛날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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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요즘 갈무리와 옛날 갈무리

입력
2005.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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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잘 끝맺고, 또 어떤 물건을 잘 가다듬어 간수하는 것을 ‘갈무리’라고 한다. 요즘은 이 말을 실제 생활 속에서보다 인터넷에서 더 많이 쓰지만, 예전에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요즘 철에 많이 썼다.

그냥 두면 얼거나 상하는 물건들을 따로 갈무리해두어야 한다. 여름에 캔 감자를 겨울까지 헛간에 두면 썩거나 얼어버린다. 그렇다고 방에 들여놓을 수도 없다. 봄이 되기 전에 싹이 나서 먹지도 못하게 된다. 그래서 겨울이 오기 전 구덩이를 파고 땅속에 묻는다.

무도 땅속에 묻고, 배추도 하나하나 신문지에 싸서 땅속에 묻는다. 밤도 그냥 두면 마르거나 상하니까 구덩이를 파고 땅속에 묻는다. 그래야 봄까지 간다. 사과와 배와 감은 등겨 속이거나 솔잎 속에 갈무리한다. 그렇게 갈무리해도 정월 대보름날 그 과일을 차례상에 쓰려고 하면 절반 이상이 상해 있다.

요즘은 창고 시설도 뛰어나고 보관 방법도 좋아져 일부러 땅을 파고 무얼 갈무리하지 않는 것 같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김치구덩이 외에도 감자구덩이와 무 배추구덩이가 있었다. 아버지가 땅을 파고 무를 저장했다는 말을 듣고, ‘아, 요즘도 그렇게 하는구나’ 하고 새삼 옛일이 그리워졌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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