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가 12월 1일부터 지상파 방송사의 낮 시간 방송을 허용하면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특수 이래로 해마다 감소하는 광고 매출로 어려움을 겪어오던 지상파 방송 3사에게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다.
평일 낮 12시부터 4시까지 늘어난 방송 시간의 광고 판매를 통해서 지상파 방송3사는 연간 3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정된 광고 시장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신문업계나 케이블 TV 방송업계의 입방에서는 이번 결정은 방송위원회의 지상파 방송사 봐주기라는 입장이다.
한국신문협회는 지상파 TV의 낮 방송이 허용되면 오락 프로그램의 재방송이 심화되면서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의 질이 저하될 것임을 지적했다.
케이블 TV 방송 업계도 지상파 방송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으나 아직도 광고 수익에서 절대 우위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균형감각을 상실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영난을 겪으면서도 자체적인 구조조정 노력이 부족했던 지상파 방송사들의 경영 수지 개선을 위해 방송위원회가 앞장서서 도와주는 모습을 보였다는 의혹의 눈초리가 쏟아지고 있다.
●방송위, 봐주기 논란 속 허용
방송위는 낮 방송 허용 이유로 지상파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볼 권리와 매체 간 규제의 형평성을 들었다. 케이블 TV, 위성방송 등이 24시간 유료로 방송을 하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에게 무료인 지상파 방송도 종일 시청할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고 다양한 방송 형태가 운용되는 현실에서 무료방송인 지상파 방송만 방송 시간을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방송위의 결정이 탈규제 흐름을 반영한다지만 방송 시장 전체의 발전을 생각할 때 정책 결정의 시기가 적절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광고 매출액의 하락으로 경영 압박이 커지긴 했으나 국내 방송 시장에서 지상파 방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막강하다. 케이블 TV 시장에서까지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재활용으로 인한 지상파 방송사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이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지상파 낮 방송 시간 연장이 허용되었다. 이번 결정이 방송위 정책 입안 사안 중에서 얼마나 중요한 우선 순위를 갖는지에 대한 논란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논쟁거리가 되는 이야기이지만 어쨌든 방송위의 낮 방송 허용 결정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이제는 지상파 방송사가 늘어난 방송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 있다.
방송위 결정에 대하여 방송 3사는 이구동성으로 노약자 등 소외계층을 고려한 프로그램을 편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방송사들은 낮 방송이 허용되면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가 초래된다는 주장은 경쟁 진영의 지나친 기우이며 실제적으로 소외계층의 시청자 복지가 향상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사 입장에서 보면 이미 높은 시청률이 검증된 드라마와 같은 오락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될 것이다. 새로운 프로그램 제작에 따르는 부담을 떨쳐버리고 가장 쉽게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부족했던 공익성 노력 보여야
지상파 방송은 한정된 자원인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매체보다 높은 수준의 공익성 실현 요구를 받는다. 방송사들은 늘어난 방송 시간을 통하여 지금까지 부족했던 공익성을 실현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방송사들은 낮 시간대에 주 시청자층이 누구이며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편성의 틀을 잡아야 한다.
방송위원회는 방송사들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엄중하게 지도, 감독해야 한다. 이마저 소홀히한다면 ‘지상파 방송사 감싸안기’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도준호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