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댓글의 일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댓글의 일탈

입력
2005.11.14 00:00
0 0

촉각 미각 후각 청각 시각은 인간의 5대 감각으로 일컬어진다. 이 중 촉각이 인간의 육체에 가까운 가장 원초적 감각인데 비해 시각 쪽으로 갈수록 이와는 멀어진다. 문자 시대의 미디어였던 인쇄매체가 시각을 강조하는 방식이었던 탓에 인간은 사고에서 감성을 분리했고 사람의 사고를 규칙적 반복적 논리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반면 TV는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미디어에 속한다. 그래서 1960년대 시작된 TV의 번창은 문자 시대에 시각 편향적으로 파괴되었던 감각 기관이 균형을 복원하게 될 것으로 예견됐었다.

■캐나다 출신의 언론학자 마샬 맥루한은 이를 ‘미디어는 곧 메시지다’는 유명한 말로 표현했다. 미디어에서 중요한 것은 내용(content)보다는 전달 형태(form)이며 미디어가 인간에게 끼치는 가장 중요한 효과는 지각과 사고습관에 대한 영향이라는 것이다.

이 효과는 매우 광범위하고 깊숙하게, 그리고 장기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새로운 미디어에 익숙하게 된 새 세대는 “그들의 부모와 같은 방법으로 사고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는 왼쪽 뇌와 오른쪽 뇌의 역할이 서로 다르게 분화돼 있음을 밝혀낸 대뇌반구(大腦半球) 연구로도 뒷받침된다. 왼쪽 뇌는 논리적 이성적 언어지향적인 데 비해 오른쪽 뇌는 직관적 비이성적 시각지향적이다.

“정치관련 정보를 TV에 의존하는 것은 정보에 대한 지적인 사고능력을 저하시키며, 따라서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1970년대의 비판적 지적들도 같은 맥락에 있다. 그러니 인간은 기술을 발달시켜 미디어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또한 미디어가 만들어 내는 효과에 의해 영향 받고 지배되기도 한다.

■절대 권력은 시간과 공간을 통제하는 능력에서 나온다는 말은 곧 미디어 지배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언어와 문화를 통제하는 쪽이 정치 경제적 지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만 해도 지난 대선 승리가 인터넷 공간을 먼저 지배했던 세력에게 돌아갔음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그러나 전자미디어가 뚜렷하게 구분돼야 할 정치지도자의 질을 평범한 사람들 수준으로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은 TV시대에 이미 나온 문제점이다. 최근 한국일보 고태성 워싱턴 특파원의 글에 대해 대통령과 청와대 홍보수석이 가한 인터넷 공격의 경우 그보다 더한 ‘댓글 미디어’의 일탈이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