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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피플/ 거목 유전자 복제해 도시숲 만드는 밀라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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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피플/ 거목 유전자 복제해 도시숲 만드는 밀라치씨

입력
2005.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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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주 트래버스 시의 대로 변에는 겉보기에도 족히 100년 이상은 돼 보이는 듯한 거대한 은백양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둘레만 6m가 넘는다. 깊은 산 속에나 있을 법한 나무를 처음 본 관광객들은 거목의 웅장함에 압도당해 십중팔구 넋을 놓기 일쑤다.

도시에 심어진 나무의 수명이 10년을 채 넘기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 나무의 긴 생명력은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었다. 육림가인 데이비드 밀라치(56)씨는 바로 이 점에 착안했다.

“현재 대부분의 도시 가로수는 경관용으로 조성됐기 때문에 아름답기는 하지만 병충해나 산성비가 쏟아지는 도시 환경에 거의 적응을 하지 못합니다. 공기 정화나 토양 보호와 같은 나무 고유의 생태적 기능도 발휘할 수 없지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크고 오래된 나무들은 강인한 유전적 특성을 갖고 있는 덕분에 가혹한 환경을 극복하고 살아 남을 수 있다.

밀라치씨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오래됐다 하여 이 나무들에 ‘챔피언 트리’란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유전자 복제 기술을 통해 이 나무들을 도심 속에 심기 위해 지난 1996년 ‘챔피언 트리 프로젝트(www.championtreeproject.org)’란 비영리 단체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현재 버드나무, 너도밤나무, 미루나무 등 125개 종의 복제를 추진 중이다.

미시건주 코페미시에서 가족 농장을 경영하며 4대째 육림업에 종사해온 그는 해마다 급변하는 기후와 병충해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자 강한 품종을 얻기 위해 복제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복제 방식은 이렇다. 동일한 유전자 조합을 얻기 위해 챔피언 나무에서 추출한 씨눈을 같은 종의 어린 나무 뿌리에 접붙이는 것이다. 복제에 실패할 경우에는 열매 에서 채취한 씨앗을 인공 배양하기도 한다.

2003년 일명 ‘므두셀라(969살을 살았다는 구약 성서에 나오는 인물)’로 불리는 세계 최고령 ‘히코리 소나무’의 싹을 틔우는 데 이 방법이 이용됐다. 복

제된 나무들은 현재 대학 캠퍼스나 ‘헨리 포드 박물관’과 같은 유서 깊은 장소에서 키우며 과학적 연구를 위한 자료로 활용하거나, 살아있는 식물 교육의 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비록 챔피언 나무의 유전적 우월성에 대한 논란이 없지는 않지만 밀라치씨는 나무 복제의 의미를 강조했다.

“과거의 교훈을 통해 다음 세대가 직면하게 될 예측 불가능한 지구의 변화에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직접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길은 바로 지속 가능한 도시 숲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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