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요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유화책’을 두고 정치ㆍ사회적 갈등이 높아지고 있다. 시라크 대통령이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와 함께 저소득층과 이민자를 위한 각종 지원책을 내세우며 시위대를 달래기에 나서자 극우 세력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내에서조차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이 “폭력과 불안을 조장하는 자는 정의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강경 입장을 확인,상황이 더욱더 복잡해지고 있다.
시라크 대통령과 드 빌팽 총리는 불법 시위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면서도 “지금까지 저소득층과 이민자 대책이 잘못 됐다”며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 최대한 빨리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팔짱만 끼고 있다”는 비난을 의식해 ‘당근’과 ‘채찍’ 양면 전략으로 사태 해결에 뒤늦게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 양면 전략은 곳곳에서 벽에 부딪히고 있다. 사르코지 장관은 여전히 강경 분위기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 그는 9일 “소요에 참가했다 유죄 판결을 받은 외국인은 추방하겠다”고 밝혔고 다음날 “소요를 일으키는 청소년을 폭도나 깡패로 규정한 인식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극우전선(FN) 장 마리 르펭 당수도 정부가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우리(극우전선)는 임금이 싸다는 이유로 이민자에게 문을 확 열어 줄 때부터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 경고해 왔다”며 “문제를 일으킨 이민자 모두 자기 나라로 돌려 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 5% 포인트가 오른 극우전선 측은 “이대로라면 2007년 대선도 해 볼만 하다”며 기가 살아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프랑스인 대다수가 시라크 대통령의 사태 해결 능력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주간 ‘르 주르날 뒤 미망슈’에 보도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1%가 시라크 대통령이 소요를 유발한 사회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것으로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사르코지 내무장관의 해결 능력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3%가 신뢰를 보냈다. 사르코지 장관의 초강경 대응에 대한 시비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민 절반 이상이 그의 정책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극우정당 FN의 장 마리 르펭 당수에게는 응답자의 25% 가까이가 신뢰를 보냈다. 이민자 수용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프렝은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세를 불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의 ‘유화책’은 경찰 내부에서도 불만을 사고 있다. 13일 르 피가로는 “정부가 시위대 반발을 우려해서 7일 시위대 청년을 때린 경찰 1명을 구금하고 동료 5명을 처벌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이 동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조합 관계자는 “구타한 것은 분명 잘못이지만 시위대에 목숨을 위협 받는 우리 처지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시위 진압이 아니라 전쟁을 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심지어 경찰 일부에서 단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프랑스 언론은 전하고 있다.
반면 공산당과 사회당 등 좌파 세력은 “통행금지 등 비상사태법 발동은 소요를 더욱 확산시킬 것”이라며 “실현 가능한 대책을 가지고 이민자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냉정한 대처를 주문했다. 인권단체들도 사르코지 장관의 ‘외국인 추방’방침은 집단 추방을 불러 일으킬 것이며 유럽인권협약에도 어긋난다고 비난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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