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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충 신음 강릉 금산리 야산을 가다/ 토막난 소나무 비명 들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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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충 신음 강릉 금산리 야산을 가다/ 토막난 소나무 비명 들리는 듯

입력
2005.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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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강원 강릉시 성산면 금산리 야산. 울창했던 송림이 모조리 잘려나가 폐허로 변한 산비탈에서 중장비 한 대가 나무등걸을 옮기고 있었다. 9월 27일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 3그루가 발견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짙푸른 소나무가 울창했다. 재선충 감염목이 발견되자 산림당국은 주변 2ha의 소나무 1,386그루를 제거했다.

40~50년생 낙락장송들이 토막 나 쌓여있고, 누런 속살을 드러낸 산등성이 곳곳에는 중장비 바퀴 자국만 상처처럼 남아있다. 산 아래 농가에서 야채를 다듬던 아낙네들은 "웬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산사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수십년 동안 풍설을 막아주던 소나무숲이 하루 아침에 페허로 변하는 것을 지켜본 금산리 주민들은 “재선충이 이렇게 무서운 것인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잘라낸 나무는 소각하고, 남아있는 밑둥은 약을 뿌린 뒤 비닐로 덮었다. 재선충 박멸은 당국의 철저한 대책과 실행,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 번식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재선충은 4, 5일만에 알에서 성충이 되고 암수 한 쌍이 20일이면 20만 마리로 늘어난다. 크기는 1mm도 안되지만 단기간에 수십만 마리로 늘어나 소나무의 양분과 수분을 빨아먹어 고사(枯死) 시킨다.

재선충은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애벌레가 소나무 속에서 성장한 다음 성충이 되어 다른 나무로 갈 때 함께 이동한다. 솔수염하늘소 한 마리에 재선충 1만5,000여 마리가 붙어다니므로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된다. 솔수염하늘소가 스스로 날아갈 수 있는 거리는 100m 안팎이지만 동해안의 강풍을 탈 경우 그 거리는 가늠할 수 없다.

민동홍 강릉시 산림보호계장(52)은 “죽은 소나무의 잎이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고 접힌 우산살 모양으로 처져 매달려 있거나 붉게 변하면 재선충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이고 확실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금수강산이 오늘의 금산리 야산처럼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일본과 대만은 소나무숲이 거의 절멸한 상태"라고 말했다. 일본은 1905년부터 재선충과 전쟁을 벌였으나 결국 북부지역에 20만ha 정도의 소나무숲이 남아있을 뿐이다. 대만은 주력 수종을 바꿨다.

지난달 24일 전국에 소나무 이동금지령이 내려졌다. 국내 재선충 감염은 1988년 부산 금정산 금강공원에 일본산 야생동물을 방사한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당시 동물을 싣고 온 나무우리를 통해 전염됐다는 것.

현재 8개 시ㆍ도에서 5,110ha가 감염됐다. 올해만 해도 경북 포항에서 안동으로 100km를 이동했고, 다시 강원 강릉까지 110km를 뛰어넘었다. 최악의 경우 강원도의 소나무숲 35만여ha뿐만 아니라 백두대간,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의 소나무숲이 사라지는 대재앙이 올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재선충 감염의 62%는 사람에 의한 것으로 분석한다. 이식하는 소나무나 벌채한 목재를 통해 전염되는 것이다. 원인도 사람, 대책도 사람이다.

금산리 재선충 감염지역은 가옥과 농로, 고속도로 등이 인접해 있지만 지난달 21일 강원도 내에서 두번째로 재선충 감염목이 발견된 동해시 삼화동 쉰움산은 첩첩산중이다. 사람에 의한 감염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분석도 그 때문이다. 다각적인 대책과 철저한 실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강릉=글ㆍ사진 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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