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전면에 나서기 위해 연말쯤 열린우리당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나와 감춰진 속내를 살짝 내비쳤다.
정 장관은 이날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차기대선 전망, 야당 대선주자에 대한 평가. 민주당 합당 등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공무원 신분인 장관 입장에서는 답변하기 힘들다”며 슬쩍 비껴갔다. 하지만 당 복귀만큼은 마음을 굳힌 듯 “제 역할이 필요하다면 회피할 생각은 없다”며 분명히 했다.
정 장관은 이날 정치분야에 쏠린 질문은 원론적 답변으로 거리를 두면서도 북한 핵과 남북관계 등 자신의 주무분야에 대해서는 사례까지 들어 일일이 설명하는 등 화려한 언변으로 전문성을 과시했다.
정 장관은 우선 11일 끝난 5차 6자회담 1단계 회의의 성과를 강조하며 일각의 부정적 시선을 일축했다. 그는 “북한이 핵 폐기와 관련해 5가지 이행과정을 제시했다”며 “핵실험 보류, 핵(물질)이전 금지, 핵(무기) 추가생산 금지, 검증을 통한 핵활동 중지 및 폐기, 핵비확산조약(NPT)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복귀 등 단계적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와 핵 폐기에 북한이 이견이 없다고 확인한 점은 5차 회담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적절한 시점에 2차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개최장소가 중요하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그러나 정치 관련 질문은 의식적으로 발을 뺐다. 당 복귀 의사를 분명히 하고도 초미의 관심사인 내년 2월 우리당 전당대회 출마여부는 “판단과 생각은 있지만 장관 입장에서 밝히기는 곤란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정 장관은 민주당과의 합당 문제 역시 “민감하고 굉장히 중요한 문제지만 다음 기회에 답변하겠다”고 미뤘다.
정 장관은 이어 차기 대권도전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대통령 선거가 끝나는 다음날부터 바로 차기 대선주자 이야기를 한다”고 꼬집으며 “대권이라는 말은 10년 전에는 유효했지만 이제 적합하지도, 옳지도 않아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화제를 돌렸다. 그는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에 안정적으로 철학과 신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한편 정 장관은 개인적으로 정치적 도약의 전환점이 됐던 권노갑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2선 퇴진을 주장한 지난 2000년 청와대 발언에 대해 “당시 정풍쇄신운동과 열린우리당 창당과정에서 당내 민주주의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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