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한ㆍ중ㆍ일ㆍ몽고 등 아시아 순방 길에 오르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인권 외교’ 보따리를 들고 갈 예정이어서 긴장이 일고 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3일 부시 대통령이 이번 순방 때 아시아에서의 민주주의를 역설하는 중요 연설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과 중국, 미얀마를 거론하면서 인권 보장에 아시아의 미래가 달려 있음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올해 초 2기 취임식 때 목표로 설정한 자유 및 민주주의 가치의 확산을 실천해보겠다는 뜻이다. 그는 당시 “이를 위해 어떤 지배자, 어떤 국가와도 맞설 것”이라며 “자기 국민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그 국가와 미국과의 관계가 결정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순방은 ‘무늬만’ 인권외교가 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아시아 지역에서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효과를 거두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을 일본에서 하기로 했다.
중국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우회 전략이다. 부시 대통령이 최근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접견한 자리에 기자들을 오지 못하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티벳에 대해 어떠한 공식적 언급을 하지 않은 것도 현 상황에서 중국과의 정치적 긴장관계가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뜻이다. 백악관측은 부시-달라이 라마 사진도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았다.
뉴스위크도 부시 대통령이 중국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AI) 이외에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은 거론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부시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서 교회예배에 참석, 종교자유 촉구 메시지를 중국에 전달할 계획이어서 중국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있다.
미 종교자유위는 지난 8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과 북한을 포함한 8개국을 종교 탄압국으로 지목, 북한측의 격렬한 반발을 초래했었다.
AP 통신은 부시 미 대통령이 국내적 인기 하락으로 인해 외교 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에도 지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일본을 먼저 방문하며 17~18일 부산에서 아태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중국, 몽고를 잇따라 방문할 예정이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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