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대학 시절 독감으로 고생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1주일간 꼬박 학교를 못나오고 쉬어야 할 만큼 앓았다. 특이한 것은 독감에 걸린 이유였다. 난소가 너무 크게 성장했기 때문에 면역시스템이 약해졌다는 것이 의사의 진단이었다. 왼쪽 난소에 생긴 종양이 작은 오렌지만큼 커져 있었고 결국 수술을 통해 양성 종양을 제거했다.
그녀가 걱정한 것은 이 일로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의사는 이 수술이 출산능력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해 주었다.
이 친구의 사례는 당시 친구들에게 생식기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는 정말 큰 충격과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나는 이후 한국에 온 뒤 사무실에서 생식기 건강과 병원에서의 정기적인 체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한국의 여성 직원들에게 이 경험을 얘기하곤 한다. 성 관련 건강진단에 대한 이런 상대적 무지는 한국에서 요즘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무척 크다는 점은 물론 웰빙 열풍을 볼 때도 이해가 안 된다.
사무실에서 젊은 여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이 산부인과를 한번도 안 가 봤거나 자궁암 조기 검사를 받은 적이 없었다. 자궁암이 한국 여성들이 병으로 사망하는 상위 다섯 가지 질환에 포함돼 있는 무서운 존재인데도 말이다.
더욱 놀란 것은 한국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산부인과에 가지 않는 이유였다. 한국에서는 성적인 주제 자체가 금기 사항이라 주변의 친구들에게나 심지어 어머니한테도 산부인과 가는 일에 대해 알려지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를 만난다는 사실이 바로 성생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한국적 풍토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한국이 전통적으로 성에 대한 접근에 매우 보수적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한국 여성들이 자궁암 진단이나 산부인과 정기 진단과 거리가 먼 점은 고쳐져야 한다.
대학 시절 내가 처음으로 산부인과를 방문한 것은 어머니와 함께였다. 어머니가 함께 간 것은 내가 그 나이에 스스로 성과 관련된 건강 전반을 능숙하게 영위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다. 그 당시 미국에서는 웰빙 음식이나 운동에 관한 관심이 대단했다.
한국의 여성들은 성적인 건강에 대해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특히 어린 소녀일수록 그 중요성에 대해 깨달아야 한다. 이 문제는 이성과 성생활을 하고 있든 아니든 상관이 없다.
마가렛 키·미국인·홍보대행사 에델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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