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강력범 유전자(DNA) 정보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DB)화 할 수 있도록 하는 ‘유전자 감식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1994년 법무부와 경찰이 비슷한 법안을 각각 마련했다 좌절된 지 10여년 만이다. 이번 법안에는 살인 강도 강간 등 11개 강력사건 피의자의 경우 ‘본인 동의나 법원영장을 받아서’, 수형자는 ‘강제로’ 유전자 정보를 수집해 DB로 관리토록 돼있다. 이렇게 확보한 자료는 범죄현장에서 수거한 혈흔 모발 등과 대조하는 방식으로 범인 검거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유전자 정보 수사기법은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는 흉악범 검거 등 범죄 예방과 수사에 도움을 줄 것은 분명하다. 특히 재범률이 높지만 증거확보가 어려운 성범죄에 큰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게 영국 등 선진국에서의 경험사례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인권침해 우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범죄자라고 해도 국가가 유전자를 사실상 강제로 채취, 보관하는 것은 인권침해가 아닌지, 또한 모든 범죄자를 또 다른 예비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의문이다.
범죄 예방과 수사가 중요하긴 하지만 피의자ㆍ피고인의 인권도 그에 못 지 않게 보호돼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전자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고 이 정보가 상업적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는 한번 구축되면 확장이 불가피하다. 영국의 경우 95년 성폭행범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살인 강도 차량절도 등으로 적용대상을 넓혔다. 우리의 경우 법안이 시행되면 당장 연간 2만~3만 여 건의 유전자 정보 수집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고 보면 모든 국민이 잠재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제도 도입에 앞서 국민적 합의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사회적 합의와 토론을 거치는 게 선결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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