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안기부 X파일’ 내용과 관련해 고발된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12일 귀국함에 따라 이르면 15일 홍 전 대사를 피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수사팀은 홍 전 대사에 대한 조사가 수 차례 필요하다고 판단, 홍 전 대사를 출국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홍 전 대사를 상대로 도청테이프 ‘X파일’ 내용처럼 1997년 대선 당시 여야 후보측에 삼성의 불법 정치자금 분배를 논의하고 전ㆍ현직 검찰 간부들에게 명절 떡값을 제공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이 당시 자금 전달책이었던 홍 전 대사로부터 삼성이 제공한 정치자금의 정확한 규모와 대가성 여부 등의 진술을 받아내야 삼성의 사법처리 여부가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정치자금으로 준 돈이 회사자금이고, 액수가 50억원 이상일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또는 배임죄의 공소시효(10년)가 남아 있다.
검찰은 또 99년 보광그룹 탈세사건 수사 당시 발견된 출처불명의 30억원이 홍 전 대사가 삼성의 정치자금을 중간에 횡령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미 99년 세풍사건 수사를 통해 이회창 후보의 동생 이회성씨에게 정치자금 60억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었다. 검찰은 이 돈과 X파일에 나오는 정치자금, 홍 전 대사가 횡령한 자금이 각각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검찰은 X파일의 다른 등장 인물인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 이회성씨에 대한 조사는 이미 마친 상태다.
홍 전 대사는 12일 오후 2시25분께 대한항공 KE6708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뉴욕에서 출발한 그는 일본을 거쳐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공항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내주에 (검찰의) 조사가 예상된다”며 “검찰에 나가서 상세히 진술할 예정이다. 그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밝혔다.
홍 전 대사는 “여러 가지 일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다시 한번 죄송하다”면서 “나도 지난 몇 달간 참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으며, 대사직을 마무리하고 9개월 만에 귀국을 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안기부 도청과 X파일 사건이 원만히 해결돼 우리 사회가 과거를 딛고 밝고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밑거름이 된다면 개인적인 아픔과 시련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