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회의의 최고 주요 인사는 역시 21개 회원국의 정상들이다. 12일부터 각국 실무진이 참석하는 최종고위관리회의가 시작됐지만, 각국 정상들은 16일부터 18일 사이에 속속 입국한다. 정상 대부분은 안전 및 경호 문제를 고려해 특별기를 통해 김해공항에 인접해 있는 공군부대에 내릴 예정이다.
정상들은 대부분 해운대에 위치한 특급호텔들에 숙박하지만 워낙 많은 정상들이 한꺼번에 몰려 5개국 정상은 동래구와 서면에 있는 호텔을 잡았다.
해운대의 한 호텔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7개국 정상들이 한꺼번에 머물러 정상들이 그야말로‘미어터질’ 정도다. 이 때문에 자기 정상의 안전을 책임지려는 각국 경호원들의 신경전도 불꽃 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각국 정상들의 가장 큰 활동은 폐막 직전인 18, 19일 열리는 정상회의다. 정상회의는 APEC 출범 당시에는 정상들이 점퍼 등 노타이 차림의 편한 복장을 입고 참석해 ‘서밋(summitㆍ정상회담)’이 아닌 ‘리트리트(retreatㆍ휴식이나 피정의 의미)’로 불렸지만, 이후 차츰 양복을 입으면서 격식을 갖추게 됐다.
이번 회의에서도 정상들은 양복을 입고 다른 배석자 없이 논의에 임한다. APEC 정상회의가 출범 당시에는 특별한 의제 없이 정상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친분을 쌓는 데 초점을 뒀다가 이후 실질적인 의제를 논의하는 자리로 바뀌면서 생긴 변화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정상회의 명칭이 ‘Summit’이 아닌 ‘Economic leaders’ meeting’이라는 점이다. 이는 중국 정부에 소속된 홍콩과 중국이 정부로 인정하지 않는 대만 대표가 참석하기 때문이다. 대만에서는 첸수이볜(陳水扁)총통이 중국 정부의 반발로 참석하지 못하고 린신이(林信義) 총통부 자문이 대신 온다.
정상회의 외에 각국 정상들의 관심은 역시 경제외교다. 16~18일 열리는 최고경영자회의(CEO Summit)에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10개국 정상이 기조연설을 한다.
CEO 서밋 초창기만 해도 한두명의 정상만이 참석했지만, 이젠 정상들이 손수 팔을 걷고 투자 유치에 나선다. 한편 여성 정상으로 참석하는 뉴질랜드 헬렌 클라크 총리와 필리핀의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의 남편인 ‘퍼스트 젠틀맨’ 두 명은 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 APEC 용어풀이/ CSOM:정상회의 의제 설정하는 실무회의
◇보고르 목표
19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Bogor)에서 열린 제2차 APEC 정상회의 선언문에 포함된 내용. APEC 국가 사이에 무역ㆍ투자 자유화를 선진국은 2010년까지, 개도국은 2020년까지 달성하는 것이 골자다. 올해 정상회의에서는 10년 간 추진 경과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한다.
◇부산 로드맵
올해 정상회의 선언문 중 보고르 목표 달성에 관한 주요 내용을 뜻한다. 별도의 선언문이 발표되는 것은 아니며, 정상선언문 안에 포함될 예정. 준비 과정에서 ‘부산 선언문’이라는 용어가 함께 쓰였으나 혼란을 불러 일으킨다는 지적이 많아 최근 ‘나아갈 길’을 뜻하는 ‘로드맵(roadmap)’으로 통일했다.
◇DDA(도하개발어젠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결정된 새로운 다자무역협상.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의 통상 및 무역원칙 지침 성격을 띠며 UR보다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 확대를 지향한다. 현재 개발도상국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부산 APEC이 12월에 홍콩에서 열릴 DDA 각료회의 직전에 열리는 만큼 정상선언문에 DDA 지지에 대한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질 것으로 보인다.
◇CSOM(최종고위관료회의ㆍConcluding Senior Officials’ Meeting)
정상회의 의제를 결정하는 차관보급의 실무진 기구. 12~13일 개최됐다. 여기서 채택된 내용은 직후 열리는 합동각료회의에서 논의되며, 정상회의를 거쳐 최종 선언문 형식으로 발표된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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