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육지가 야트막한 구릉을 이루며 짙푸른 바다를 안고있는 곳. 수려한 자연경관은 그대로 예술가들의 정신적 자양분이 되었다. 문학의 김춘수 유치진 유치환 김상옥이 통영 출신이고 음악의 윤이상, 미술의 이한우 김용주 등도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다. 크지 않은 도시지만 문화예술의 고장으로서 자부심만큼은 그래서 다른 어느 곳보다도 드높다.
망백(望百)의 나이에 이영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는 작가 전혁림(91)의 그림에도 통영은 화면을 압도하는 거대한 푸른색으로 존재한다.
전 화백은 제도권 미술교육을 전혀 받지않고 20세에 화가의 길에 들어선 이래 중앙화단을 기웃거리는 대신 줄곧 통영에 머물며 고향 땅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는 일에 정진했다. 칠순이 넘어 중앙화단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200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는 등 미술계내 위상이 크게 높아졌어도 그의 이 같은 삶의 자세는 바뀌지않았다. 바다와 구릉, 고지잡이 배와 기러기 등 향토적 소재들은 파랑, 노랑, 검정, 빨강 등 원색의 발랄한 배합에 얹혀 캔버스에 생동한다.
미술평론가 오광수씨는 “추상적 구성에도 불구하고 부단히 출몰하는 향토성, 놀랄만큼 풍부한 색채감각은 통영의 이미지이면서 동시에 가장 보편적인 한국적 풍토와 정신의 표현”이라고 평가한다.
전시에는 올해 그린 1000호 크기 대작 ‘한려수도의 추상적 풍경’ ‘기둥사이로 보이는 통영항’ 을 비롯, 320개의 소반에 그린 ‘새 만다라(曼多羅)’와 수채화 등 모두 360여점이 선보인다. 특히 ‘한려수도의 추상적 풍경’은 옹기종기 정박해 있는 어선과 빼곡이 건물이 들어선 해안도시와 그 뒤로 펼쳐진 구릉지, 멀고 가까운 바다의 다양한 물빛 등이 만화적인 상상력을 통해 빼어나게 형상화된 수작이다. 90대라고는 믿기 어려운 활기찬 붓질과 대담한 구성력에서 작가의 여전히 왕성한 창작열이 느껴진다. 전시는 12월 18일까지 계속된다. (031)213-8223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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