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던 한나라당이 13일 오랜 만에 들썩댔다.
이날 당사에서는 김무성 사무총장, 심재철ㆍ박형준 의원 등의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대선 후보 경선의 룰을 규정한 혁신안 수정 논란 때문이었다.
김 총장은 10일 혁신안을 수정한 당 운영위의 녹취록까지 공개하며 수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했고, 심 의원 등은 이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분위기는 흉흉했다. 서로 상대방을 향해 “해당 행위”라는 비난까지 했다.
대선주자 진영도 들썩거렸다.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 측은 수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대선주자 간 파워 게임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왔다.
당초 혁신위가 내놓은 경선 룰은 대의원(20%), 당원 선거인단(30%), 일반 국민 선거인단(30%)에다 여론조사(20%)를 합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운영위는 10일 이를 수정, 당원 선거인단에는 6개월간 당비를 납부한 책임당원만 참여토록 했고 국민경선에 일반ㆍ책임 당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 참여 비율을 줄이고, 책임 당원 비율을 늘린 셈이다.
김 총장은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제의 틀이 유지되고 더 강화돼야 한다”면서 “특정인에게 유리한 룰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요모임 대표 박형준 의원은 “수정안대로라면 내년 7, 8월까지 각 진영이 책임당원 모집에 나서야 하고 대선이 조기과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심재철 의원은 “웰빙당이라 돈 내는 사람에게만 투표권을 주려고 하느냐”고 반발했다.
문제는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이다. 손 지사는 13일 저녁 수정안에 강하게 반발해온 원희룡 최고위원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 손 지사는 “일반 국민들의 참여 폭을 줄이는 것은 명백히 과거 회귀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도 이날 당사를 찾아 “수정안이 통과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도 14일 오전 원 최고위원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일견 당권을 쥔 박근혜 대표 대 이 시장ㆍ손 지사간에 전선이 그어진 양상이다.
양측은 14일 의원총회에서 이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혁신안이 최종 확정되는 17일 당원대표자대회까지 분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 시장과 손 지사측은 “지도부가 수정안을 그대로 밀어붙이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조기 절충 가능성도 많다. 대선후보 간 게임의 룰을 후보들의 동의 없이 밀어붙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박 대표측도 “이 안이 우리에게 유리하지도 않은데 공연히 오해를 받고 있다”며 억울해 하고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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