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올해 12월 중 주요 농산물 등의 개방 폭 확대에 관한 세부원칙 도출’이라는 도하개발어젠다(DDA)의 당초 목표를 사실상 포기했다. 이에 따라 “DDA 협상 결과를 본 후 쌀 협상 비준안을 국회에 상정하자”는 농민단체 및 일부 야당의 입장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WTO 및 농림부에 따르면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은 11일 공식성명을 통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8일 열린 주요국 회의에서 각국의 뚜렷한 입장차를 다시 확인했다”면서 “12월 13~18일 홍콩에서 열리는 각료회의에서는 2004년 7월 발표한 ‘기본골격’과 ‘완전한 세부원칙’의 중간 수준 합의만 도출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 12월 홍콩 회의는 농업과 서비스 등 각 분야 의장이 중심이 돼 초안을 마련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에 각료회의를 다시 열어 세부원칙을 도출하는 2단계 절차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라미 사무총장의 입장 변화는 기존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경우 DDA는 물론 WTO 체제 자체에 대한 회의가 일파만파로 확산될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 윤장배 통상정책관은 이와 관련, “쌀 관세화 유예협상 비준안을 DDA 협상 결과가 나온 뒤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자는 농민단체 및 일부 야당의 주장은 현실성이 더욱 없어졌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초 쌀 관세화를 2015년까지 유예하는 대신 의무수입물량을 늘리는 내용의 별도 협상안을 타결했으나, 농민단체와 일부 야당은 “협상안에 ‘한국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든지 DDA 결과를 쌀 협상안 대신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12월 DDA 협상 결과를 본 후 국회 비준을 추진하자”고 주장해왔다.
농림부 관계자는 그러나 “DDA 일정이 미뤄진 만큼 이 같은 주장을 계속 내세우는 것은 무리”라며 “올해 말까지 비준안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국제 사회의 불신이 확산돼 협상 자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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