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조가 조합원 71%가 찬성한 연가투쟁을 갑자기 연기한 데는 국민 여론 악화가 크게 작용했다. 학부모ㆍ시민단체 등의 융단폭격식 비난을 더 이상은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전교조는 그 동안 ‘나홀로 싸움’을 계속해 왔다. 4일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원평가제 시범운영 강행을 발표하자마자 전교조는 바로 반대투쟁에 나섰다.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합의 후 시행’ 원칙을 깨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게 이유였다. 전교조는 이후 7~10일 조합원 총투표, 연가투쟁 결정, 이수일 위원장의 삭발 단식농성 등 투쟁의 강도를 점차 높이면서 교원평가제 시범운영 저지에 나섰다.
그러나 전교조의 반대투쟁은 오히려 여론의 거센 역풍을 몰고 왔다. 9개 학부모ㆍ시민단체가 공동 모임을 만들어 전교조의 처사를 “비교육적 집단이기주의”라고 비난했고, 좋은교사모임 등 동료 교사들도 등을 돌렸다. 일선 학교 학부모들이 주축인 지방의 각급 학교운영위원회도 여기에 가세해 “연가투쟁에 참여한 교사에 대해 퇴출운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했다.
전교조는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고, 투표일 마감(10일)이 다가오자 내부적으로 상당한 격론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관계자는 “투표가 진행되면서 ‘가결 시 연가투쟁 강행’이 과연 최선의 방안이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말 대로라면 전교조는 결국 여론의 지지 없는 연가투쟁은 대규모 징계 등 조합원들의 피해만 키우고, 자칫 전교조 존립도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일단 소나기를 피한 뒤 전열을 재정비하자’는 전략으로 선회했다고 볼 수 있다.
23일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전교조로서는 큰 부담이었다. 1만명이 넘는 교사들이 한꺼번에 연가투쟁과 집회 참가를 위해 학교를 비울 경우 수업결손이 빚어질 게 뻔하고, 이는 “학생들을 버렸다”는 또 다른 비난의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교조 지부에는 “연가투쟁 참가 시 수업을 대체할 동교교사가 마땅치 않아 고민”이라는 조합원들의 하소연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놓은 연가투쟁 교사 중징계 방침 역시 이번 결정의 원인이 됐다. 교육부는 16개 전국 시ㆍ도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단체행동권이 없는 교원노조 조합원들이 근무시간 중 교원단체에서 개최하는 집회에 참석하면 국가공무원법 및 교원노조법 위반”이라며 “사안에 따라 해임 등 중징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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