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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하늘 어딘가에 우리집을 묻던 날’ 괴로워도 슬퍼도 소년은 안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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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하늘 어딘가에 우리집을 묻던 날’ 괴로워도 슬퍼도 소년은 안 울어

입력
2005.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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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 로버트 뉴턴 펙 지음, 이승숙 옮김 사계절 발행ㆍ7,500원

미국 작가 로버트 뉴턴 펙(77)의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은 널리 사랑받는 명작이다. 대공황의 먹구름이 드리운 1920년대, 미국 버몬트 주의 시골에서 펼쳐지는 한 소년의 성장기인 이 소설은 잔잔한 감동으로 긴 여운을 던진다. 지독한 가난 때문에 애지중지 키운 돼지를 죽여야 했고, 돼지 잡는 일을 하던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난 뒤 열세 살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된 주인공 로버트는 그 뒤 어떻게 됐을까.

작가는 22년 뒤 후속작 ‘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을 내놓았다. 이제 로버트는 엄마와 이모의 기둥이 되어야 한다. 아버지를 생각하며 의젓하게 버티려고 애쓰지만, 사는 건 여전히 힘들다. 종일 씨 뿌려서 일군 옥수수 밭은 긴 가뭄에 죄다 말라붙고, 은행 빚을 못 갚아서 집이 넘어가는 바람에 결국 정든 땅을 떠나 이사하게 된다. 지켜보기에 안타까운 처절하고 가혹한 상황 속에서도 다정한 이웃들은 따스한 손길을 내밀고, 로버트에게는 첫사랑이 찾아온다.

이 소설은 고단한 저녁의 초라한 식탁을 밝히는 노란 불빛처럼 포근하다. 어깨를 짓누르는 버거운 삶 속에서도 로버트와 가족, 이웃들이 보여주는 성실함과 소박함은 말없는 격려나 위로처럼 우리에게 다가온다. 가장 힘든 순간에도 신과 자연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어렴풋하게나마 삶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하는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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