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 금융 및 경제 제재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6자회담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참가국들은 어제 중국 베이징에서 5차 6자회담의 1단계회의를 마치고 의장성명을 채택했지만 차기회담 일정을 잡지 못했다. 김계관 북한 수석대표가 “핵 문제를 논의할 수 없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밝혔던 점 등을 감안할 때 회담이 해를 넘겨 장기간 표류할 우려도 있다.
우리는 미국이 불법자금세탁과 대량살상무기 확산 관여 등을 이유로 북한과 거래한 마카오의 한 은행을 제재하고 8개 북한 기업의 미국 내 자산 동결조치를 내린 경위를 자세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북한이 이 사안을 빌미로 6자회담에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이행계획 논의를 지연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북한측은 미국의 조치가 적대시 정책을 버리고 평화공존을 하기로 명기한 9ㆍ19공동성명을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안이 6자회담을 표류시킬 만한 것인지 의문이다. 국제규범을 어긴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시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게 아니라면 해명과 사과를 받아내고 원상회복을 해나가면 된다. 북한과 미국은 휴회 기간에 양자접촉을 통해 이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니 이른 시일 내에 접점을 찾아 회담 지연을 막아야 할 것이다.
북한이 이번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도 회담 자체를 거부하는 등의 극단적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북한은 이번 일을 빌미로 6자회담을 보이코트 하거나 지연시키겠다기보다는 자신들에 대한 더 이상의 통제 조치를 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일 수도 있다.
누차 지적했듯이 북핵 폐기를 이뤄내는 과정은 상호신뢰가 필수적이다. 미국도 이런 차원에서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는 일은 삼갈 필요가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북핵 문제 해결은 인내심이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했지 않은가. 북핵 해결을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면 미국은 그에 맞게 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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