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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남일 같지 않은 프랑스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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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남일 같지 않은 프랑스 사태

입력
2005.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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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동네에 ‘알 카에다’라는 청년이 살고 있다. 덥수룩한 수염과 외모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알 카에다’대원들의 모습과 너무나 닮았다. 언제 어느 순간에 몸에 폭탄을 감고 뛰어나올지 모른다는 상상을 종종 한다. 그러나 그것은 상상일 뿐이다. 그의 말없이 웃는 모습은 어린 아이 같고, 진지한 행동은 내가 목숨을 걸고 믿고 따르려 하는 예수처럼 보인다. 아마도 예수가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났기 때문일까!

그런 ‘알 카에다’가 우리나라 곳곳에 많이 있다. 매캐한 연기와 속을 뒤집는 신나 냄새가 나는 곳에 그들이 있다. 불법 체류자로 오랫동안 건강한 몸 하나만을 밑천으로 살아왔다. 이들은 가끔 테러리스트가 된다. 미국에서, 유럽에서 테러가 발행하면 우리 정부가 호들갑을 떨며 이들을 찾아 나선다. 그들의 동향이 어떤지 묻는다.

최근 프랑스에서 발생한 소요사태를 바라보면서 왠지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앞뒤 내용의 차이는 있겠지만 강압적인 이민 정책과 인종 차별, 인권 착취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는 우리 사회의 상황과 일치하는 면이 있다.

●차별·착취·억압 곪아터진 것

유럽은 가난한 나라에서 이주해온 외국인 노동자가 3D 업종에 종사하는 것이 보편화한 지 오래다. 하지만 그들은 쉽사리 유럽 각국의 주류 사회에 동화하지 못하고, 변방에서 살아가는 낯선 이방인으로 남아있다.

이런 상황이 국경을 초월하는 새로운 유럽공동체를 만들어 내는데 기여하기도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국경, 즉 인종의 국경, 차별의 국경, 착취와 억압의 국경을 만들게 되었고, 이것이 곯아 터지고 만 것이다.

한국은 어떠한가? 얼마 전 평화로운 우리 동네에 불법 체류자를 단속하는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두 대의 차량을 몰고 들어와 마구잡이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잡아 차에 태운 일이 발생했다.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 식당과 기숙사에서 점심을 먹던 사람, 하물며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던 사람까지 수갑을 채워 연행하는 과정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같이 일하는 공장 직원들이 석방을 요구하며 호송 차량을 막아섰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지켜보게 되었다.

고용주, 동네 주민, 시민단체 관계자 그리고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과 출입국관리소 직원들 간에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고용주, 시민단체 관계자, 외국인 노동자들은 그동안의 차별 착취 소외 등에 대한 한을 호소하다 분노가 치밀자 생존권을 요구하며 거세게 맞서게 되었다.

이런 일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에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 한국사회가 제멋대로 우격다짐으로 만들어 낸 경제 논리에 희생되었던, 소외된 이들의 신음이었다. 그들이 이제야 비로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한국에는 40만이 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는 급격히 고령화되어 가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볼 때 앞으로 우리 사회는 더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필요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으로서 걱정이 된다. 아니,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40만 외국인노동자 인권 생각할 때

표면적으로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이중적 잣대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모순적 구조가 언제 어느 때 지각 변동을 일으켜 폭발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알 카에다’가 이 땅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 더는 우리 사회가 그에게 불법체류자라는, 테러리스트라는 굴레를 씌우지 않았으면 한다. 그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다. 우리 사회가 그의 선한 눈을 제대로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정호 신부ㆍ 대한성공회 샬롬의 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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