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프 코스터 지음ㆍ안소현 옮김 디지털미디어리서치 발행ㆍ1만5,000원
재미가 우선인 시대다. 영화 만화 방송프로그램 게임 등 모든 콘텐츠는 재미가 없으면 이야기가 안 된다. 도대체 재미란 무엇일까.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은 온라인 게임 개발자 라프 코스터가 재미의 근원을 찾는 책이다. 온 라인 게임 개발과, 거기에 필요한 재미의 관계를 추적하면서 재미 일반의 이야기로 확대해 나간다.
저자는 재미를 패턴을 학습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저자에 따르면 패턴 학습이란 우리의 뇌가 무엇이든지 단순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과정이다. 패턴 학습은 여러 과정을 떼어내 하나씩, 별개로 이해, 수용하는 게 아니라 전체를 하나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출근하기까지의 과정을 말해보라고 하면, 침대에서 일어나 세수하고 옷 입고 식사 하고 집을 나와 차를 타고 직장으로 갔다는 식으로만 할 뿐 구체적인 과정을 대답하기 꺼려 하는 응답자가 많은데 이는 우리가 아침 일과 전체를 하나의 의미 덩어리로 묶고 있기(패턴화)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같은 패턴 찾기에 실패할 때, 패턴을 찾아도 숙달되지 않을 때 우리는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내용이 너무 어려워도, 쉬워도 재미가 없다.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영화가, 복잡한 화음으로 얽힌 재즈가, 줄거리가 뻔하고 주인공이 식상한 드라마가 재미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패턴을 파악하면 재미가 달라진다. 뉴스가 재미있다면 세상 돌아가는 패턴을 스스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온 라인 게임에 빠져들었다면 우리의 뇌가 게임의 패턴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는 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보다 약간 더 높은 수준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지점에 이르면 더 이상 배울 게 없어지고 재미도 사라진다. 이렇게 보면 재미는 문제를 정신적으로 정복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직업 탓이겠지만, 재미를 언급할 수 있는 분야가 매우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례를 대부분 온 라인 게임에서 찾은 것은 아쉬움이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