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마트가 GM과 엑슨모빌 등을 누르고 세계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을 때 언론은 “이젠 유통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표제어를 큼지막하게 뽑았다.
올해는 고유가 덕분에 사상 최고의 매출이 예상되는 엑슨모빌에게 왕좌 자리를 넘겨주게 됐지만, 연간 매출이 2,800억달러를 넘는 월마트의 탄탄한 신장세는 누구도 넘보지 못한다. 그 월마트가 최근 초긴장 모드로 전환했다. 인터넷 검색ㆍ광고업체 구글(Google) 때문이다.
▦월마트는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상품 공급업체를 쥐어짜기로 악명 높다. 가격을 아무리 후려쳐도 제조업체들은 ‘월마트 공인’을 잃지않기 위해 응할 수밖에 없다. ‘Every Day Low Price’라는 모토를 수십년 동안 지켜온 배경엔 이들의 눈물이 있다. 그런데 구글이 최근 가격정보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마트보다 가격이 더 저렴한 곳은 어디?’라고 검색창에 치면 관련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당연히 월마트의 최저가격 정책이 흔들리게 된다. 인터넷 세상에선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으면 못할 게 없음을 구글이 보여준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원생이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1998년 세운 구글은 야후 등 선발업체와의 차별성을 ‘고객 감동’에서 찾았다. 원하는 내용보다 쓰레기 정보가 더 많은 것에 지친 고객들을 위해 맞춤정보라는 독특한 검색기술을 선보인 것이다.
이후 구글은 끊임없는 혁신을 거듭, 통신ㆍ유통ㆍ부동산ㆍ미디어ㆍ전자도서관 등으로 확장하며 “마이크로소프트(MS)나 야후가 구축한 IT업계의 사고방식을 뜯어고치고 있다.” 그 결과 구글의 주가는 올해만 거의 두배로 뛰어 시가총액이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야후는 일치감치 제쳤고 공룡 MS의 절반에 근접하는 규모다. 올 3분기 순익은 작년 같은 기간의 7배인 4억달러에 근접했다. 두 공동창업자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의해 ‘세계 최고 영향력을 가진 부자’ 공동4위에 올랐다.
▦MS도 바빠졌다. 구글의 혁신성이 웹브라우저, 운용체제, 무선인터넷 등으로 확대되면서 자신들의 영역을 치고들어온 까닭이다.
빌 게이츠는 “위협적이지만 두렵지 않다”고 말했으나 CEO인 스티브 발머는 인력 스카우트 문제까지 겹쳐 “구글을 죽여버리겠다”고 험한 말도 불사한다.
말 그대로 흥미진진한 ‘사이버 패권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성과로 말하는 혁신은 참으로 무섭다. 참고로 구글이란 이름은 10의 100승(乘)을 뜻하는 ‘googol’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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