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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인생'서 열연 최진실/ "맹순이 덕에 불행의 그늘 떨쳐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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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인생'서 열연 최진실/ "맹순이 덕에 불행의 그늘 떨쳐냈죠"

입력
2005.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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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수목 드라마 ‘장밋빛 인생’의 마지막 회가 방영된 10일 밤, ‘맹순이’ 최진실은 사람들을 펑펑 울렸다.

숨을 거두기 직전, 남편 성문의 핸드폰에 “고마워. 내 삶은 당신 덕분에 장밋빛 인생이었어”라고 말하는 맹순이를 보며 시청자들은 제 일처럼 가슴 아파했다. 이날 시청률은 국민드라마 수준은 아니어도 41.5%(TNS 미디어코리아)라는 대단한 수치를 기록했다.

그 시각 최진실 역시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종방연 자리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장밋빛 인생’의 마지막을 보았다. 4개월간 같이 일해온 스태프들에게 “마음 속 감사한 마음을 말로는 다할 수 없을 것 같다”며 큰절을 올린 뒤였다.

“드라마를 시작하기 전까지 제 자신을 불행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연기를 하면서 죽음을 앞두고도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맹순이를 보며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현재 삶에 만족하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게 됐어요.”

스스로의 얘기처럼 ‘장밋빛 인생’ 출연 전까지만 해도 그의 인생에는 암운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결혼 실패에다 출연한 드라마의 잇단 흥행 참패, 안티세력의 비난까지 들끓었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장밋빛 인생’을 연출한 김종창 PD마저도 “처음에 최진실을 여주인공으로 하면, 우리 집사람은 집을 나가버린다고 했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그러나 눈물의 힘은 셌다. 엄마 대신 동생들을 도맡아 키운 맹순이, 남편에게 버림받았다가 암까지 걸린 이 여자 앞에서 시청자들은 무너져 내렸다.

“대본을 받으면 저희 스태프와 연기자들은 다들 슬그머니 사라졌다가 눈이 퉁퉁 부어서 나타나요. 분위기도 숙연해지고.”

그 덕에 최진실은 많이 울었다.

“김 감독님은 가짜로 우는 걸 모니터만 보고도 다 아세요. 몰입이 안 된 상태에서 연기하면 여지 없이 다시 찍었어요. 아마 이번에 흘린 눈물만 모아도 수십 통은 될 겁니다.”

‘예쁜 척, 귀여운 척, 깜찍한 척’을 주로 해오다 부스스한 파마 머리에 ‘효도신발’이라고 불리는 컴포트슈즈 차림으로 변신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연기를 계속해야 하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짜 힘들었어요. 특히 맹순이가 암 선고를 받은 이후에는 경험이 없으니 상상을 바탕으로 연기하느라 애 좀 먹었죠.”

게다가 집에 두고 온 아이들도 눈에 밟혔다.

“극중 딸인 희망이, 소망이를 보면 집에 두고 온 두 아이가 늘 떠올랐어요. 엄마가 일하러 가는 걸 싫어하는 아이들을 달랠 시간조차 없어 늘 매몰차게 돌아 섰거든요. 작품 끝났으니까 이제 동화책도 읽어주며 놀아줘야죠.”

최진실은 부쩍 성숙한 듯 보였다. “더 망가질 수 있냐고요? 그럼요. 아직도 연기가 한참 부족한데요. 앞으로는 시대극이나, 엄마의 마음을 보여주거나 인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하고 싶어요.” 배우 최진실의 장밋빛 인생은 그렇게 진행형이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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