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ㆍ태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오늘 개막한다. 21개 회원국 정상과 고위관리 기업인들이 모여들고 있다. 모처럼 한국이, 그것도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여는 국제적 행사로서 더욱 의미가 있다.
하지만 대규모 정상회의라는 점에 비춰 의외로 분위기가 조용하다. 테러 경계심 고조 등 다른 요인도 있지만 최근 일련의 엉뚱한 논란이 분위기를 가라앉힌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APEC을 미국의 ‘세계지배 전략’에 이바지하는 세계화 도구로 상정한 전교조의 ‘계기수업’ 교재라든가 노무현 대통령의 ‘국내ㆍ국제적 불균등 발전 우려’ 언급 등이 주변적 논란을 불렀다. 학생들의 균형감각을 위한 교육 내용을 비교육적 표현 수단에 담으려고 했던 것이 전교조의 문제였다면, 노 대통령의 발언은 APEC 의장국 정상으로서 적절한 처신은 아니었다.
1989년 탄생 이래 APEC의 구체적 성과를 무엇이었나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애초에 경제 블록화에 대한 아시아적 대응의 한 형태였으나 미국을 비롯한 미주 국가들의 참가로 취지가 변했다.
그 결과 다자간의 공통의제 설정이나 통일적 의사결정보다는 다양한 대화, 즉 참가국간 양자 회담의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는 ‘외교 파티’ 성격이 짙어졌다. 따라서 APEC을 세계화의 핵심 도구로 보거나 다자간 현안 해결의 장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
반면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 정상이 모두 모이는 데서 보듯 다자회의로서는 의미가 크다. 각국 정상 등을 부른 의장국으로서 손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뿐 아니라 의장국의 외교역량을 보여야 한다. 서먹서먹한 이웃과의 관계를 집들이로 풀 듯 미국 및 일본과의 외교관계를 부드럽게 하고, 다른 나라들과도 우의를 다지는 등 할 일이 많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차리고 깔끔한 ‘외교 파티’를 열어 한국과 부산을 세계에 바로 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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