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고통과 집요한 탄압 속에서도 순수하게 투쟁했던 10년 전의 초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민주노총에게 미래는 없다.”
민주노총이 출범 10돌을 맞아 11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민주노총의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토론회 및 기념식을 가졌다. 뜻 깊은 생일잔치 자리였으나 최근 잇따른 비리와 지도부 총사퇴로 참가자 70여명의 표정은 무척 침울했다.
이상학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주제발표에서 현 상황을 “민주노총 출범 이후 최대 위기”라고 규정했다. 역시 주제발표자로 나선 가톨릭대 조돈문 교수와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도 각각 “민주노총의 각 정파가 토론을 통해 내부민주주의 규칙을 실천하고 재정과 조직을 투명하게 운영하지 않는 한 민주노조운동의 미래는 기약할 수 없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노조는 노동운동의 성격을 거의 상실하고 이익집단과 유사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5시30분부터 1층 행사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10주년 기념식’도 쓸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초대장을 300여장이나 돌렸지만 참여한 사람은 140여명. 좌석 군데군데가 이 빠진 것처럼 비어 있었다.
민주노총 전ㆍ현직 임원 소개 시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직책이 겹친 관계로 여러 차례 소개 돼 장내에 잠시 웃음이 흘렀다. 하지만 금품수수로 10월 구속된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과, 집단 사퇴한 4기 집행부가 소개되자 참석자들의 얼굴은 이내 어두워졌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좋은 날인데 분위기가 안 나는 것이 사실”이라며 “단상에서 기념사를 해야 할 위원장이 자리에 그저 앉아 있는 것을 보니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전재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의 기념사에 이어 단상에 오른 권영길 민주노동당 비대위원장은 “최근 민주노총은 국민들에게 부패, 부도덕 집단으로 낙인 찍히고 있다”며 “변혁의 주체가 되기 위해 우리 스스로 깨끗해지자”고 역설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배강욱 민주노총 비대위 집행위원장은 “위기는 곧 기회일수 있다”며 “뼈를 깎는 아픔으로 새롭게 조직을 정비해 반드시 다시 일어나겠다”고 말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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