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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계 성찰을 요구한 '두산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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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계 성찰을 요구한 '두산 교훈'

입력
2005.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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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어제 발표한 ‘두산그룹 분식회계 및 비자금 사건’ 수사 결과는 전근대적 기업지배구조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이번에 확인된 비리의 얼개는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이 추악한 폭로전으로 번지면서 이미 알려졌고, 얼마 전 박씨 일가들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사실로 굳어진 내용이다.

그렇다고 충격이 덜한 것은 아니다. 재계 10위로 109년의 최고(最古) 전통을 자랑해온 대기업이 총수 일가의 사금고 노릇을 하며 주주와 종업원들의 이익을 해쳐왔다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씨 일가는 10%대 안팎의 지분과 순환출자로 그룹을 지배하면서 1995년부터 최근까지 32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생활비와 유상증자 대출금 이자 등으로 나눠 썼다.

이 과정에서 공사비 과다계상, 허위 공사계약 등 탈법이 공공연하게 자행됐다. 또 계열 건설사의 재무구조 부실로 관급공사 수주가 어려워지자 2,8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지금은 깨어진 ‘형제애’지만 비자금을 만들 때는 더없이 따뜻했고, 여기저기 ‘쓴 소리’를 해댔지만 매출을 부풀릴 때는 형제들끼리 달콤하게 속삭였던 셈이다.

박씨 일가들이 뒤늦게나마 책임을 지고 물러나며 전문 경영인들에게 “선진적이고 혁신적인 지배구조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한 것은 수습의 첫 단추를 잘 꿴 것이다. 그룹 내에 비상경영위원회가 꾸려져 SK모델(투명 이사회), LG모델(지주회사), 형제간 계열분리 등 다양한 대안을 모색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일각에서는 박씨 일가의 2선 후퇴가 눈앞의 비바람을 피해가려는 술수라고 비판하나, 총수 일가의 황제경영으론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기업가 정신을 상실한 벤처 1세대의 최근 몰락은 반면교사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이, 두산 사건이 당사자들은 물론 재계 전체의 성찰과 쇄신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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