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이맘때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마당에 앉아 이엉을 엮으신다. 우리는 그 옆으로 연신 볏짚가리에 쌓여 있는 짚을 날라드린다. 또 틈틈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엮으시는 이엉을 반대편에서 죽 잡아당겨 드리기도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엉을 엮는 사람이 직접 일어나 그것을 당겨가거나 마당 이쪽 끝에서부터 시작해 저쪽 끝까지 뒤로 물러나 앉으며 이엉을 엮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년에 한 번 초가집의 지붕을 올리는 것도 이맘때다. 작년에 올려 이제 색깔마저 노란 색에서 짙은 갈색을 거쳐 회색빛이 도는 옛 지붕을 걷어내고 새 이엉을 올리면 그 집뿐만 아니라 온 동네가 다 환해지는 것 같다.
그 외에도 이엉을 쓸 곳은 많다. 바람이 숭숭 통하는 외양간도 이엉으로 한바퀴 둘러줘야 하고, 김치각도 이엉으로 지붕을 만들어주어야 하고, 나뭇가리도 겨우내 눈에 쌓여 젖거나 썩지 않도록 이엉으로 덮어주어야 한다.
어머니가 하는 가장 큰 월동 준비는 김치였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하는 월동 준비는 땔감과 이엉이었는데, 지금은 시골도 그 때와 사는 모습이 너무 달라져 겨울이 다가와도 자동차 말고는 ‘월동 준비’라는 거의 쓰지 않는 듯하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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