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욕시는 8일 치러진 선거에서 공화당 마이클 블룸버그(63) 시장을 다시 선택함으로써 4번 연속 공화당 시장을 배출했다. 1993년 공화당 루돌프 줄리아니가 시장에 당선한 이후 줄곧 공화당이 뉴욕 시청을 장악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 시장이 민주당 페르난도 페러 후보를 무려 20%포인트 차로 누른 것도 유례없는 기록이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세기의 대부분을 민주당이 지배했던 뉴욕에서 이뤄진 이번 선거 결과는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시장이 ‘반 부시’의 역풍을 뚫고 재선에 성공한 것은 지난 4년 동안의 ‘성적표’ 덕분이다. 뉴욕시의 고질적인 범죄율이 떨어지고 학생들의 성적이 올랐으며 경제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게 지난 4년 동안 일어난 일이다. 뉴욕 시민들이 당파적 선택에서 벗어나 ‘독립적 성향을 가진 일꾼’에게 표를 던졌다는 얘기다.
세계적 금융정보 통신그룹인 블룸버그의 창업자 및 최고경영자를 지낸 블룸버그 시장이 50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재산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선거자금을 자신의 주머니에서 지출했다는 것도 뉴욕 시민을 안심시켰다. 블룸버그 시장은 2000년 처음 시장에 도전할 때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당적을 옮긴 ‘혼합형’인물이다.
이렇게 블룸버그 시장의 재선에는 개인적 능력이 두드러졌고 당파성이 희석됐다는 점에서 뉴욕시가 공화당으로 정치적 혈액형을 바꾼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뉴욕시의 시 의회는 여전히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블룸버그 시장의 재선에는 어두운 구석도 있다. 그는 이번 선거에 7,000만 달러 이상을 쏟아 부었는데 페러 후보의 500만 달러에 비하면 10배가 훨씬 넘는 액수다. 금권정치의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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