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11일 창당 2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온통 우울한 풍경뿐이다.
우리당은 이날 특별한 행사 없이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조촐한 기념식만 가진다. 지난해 축하메시지를 보냈던 노무현 대통령도 이번엔 아무런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정세균 의장 역시 기념식에서 축하와 격려가 아닌, 반성과 사과를 담은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다. 정 의장은 물론 ‘제2창당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할 계획이다. 창당 2년 만에 비상지도부가 제2창당을 선언해야 할 만큼 벼랑 끝에 몰린 우리당이다.
우리당에게 지난 2년간은 마치 롤러코스트를 타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정치개혁과 지역구도 타파를 외치며 민주당 등에서 빠져나온 47명의 의원으로 출발한 우리당은 창당직후만 해도 전망이 극히 불투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11일 전당대회에서 50대 초반의 정동영 의장을 선출하는 극적 이벤트를 계기로 상승세를 탔고, 탄핵정국에 힘입어 4ㆍ15 총선에서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는 거대여당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분에 넘친 총선성적표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총선이 끝나기 무섭게 실용-개혁을 둘러싼 소모적인 정체성 논란이 계속됐다. 급기야 지난해 연말 정기국회때는 국가보안법 등을 놓고 의원끼리 삿대질하는 등 계파와 노선에 따라 철저히 찢어졌다.
올 들어서도 기간당원제와 투톱 시스템 등 민생과 무관한 당내문제를 둘러싼 알력은 그치지 않았다.국민이 내부정쟁에 빠진 우리당에 등 돌릴 무렵 청와대발로 연정론까지 나왔다. 당내갈등과 민생외면의 타격은 컸다. 우리당은 4ㆍ30,10ㆍ26 두 차례 재보선에서 27:0으로 전패했다. 불과 2년만에 당의장은 6번이나 바뀌었고 지지율은 10%대로 떨어졌다.
문제는 앞으로가 더 험난하다는 데 있다. 우리당은 정동영 장관, 김근태 장관이 겨루는 내년초 전당대회를 통해 반전을 모색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쉽지않은 현실이다.
기간당원제를 둘러싼 갈등의 뇌관이 놓여있고, 민주당과의 통합론도 큰 분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당대회에서의 조기 과열로 인한 당내 충돌은 자칫 당을 수렁으로 빠지게 할 수도 있다.
오영식 원내공보부대표는 10일 “지난 2년간 우리당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데 실패했다”며 “당내 계파의 이해를 떠나서 겸허하게 국민속으로 다가가는 노력만이 살길”이라고 말했다. 김영춘 의원도 “개혁을 추구했으되 국민들을 끌어안는 정치에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창당 2년만에 사활의 기로에 선 우리당이 과연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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