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김미선(가명ㆍ38)씨는 큰 아이의 입학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왕따’나 ‘치열한 경쟁 교육’ 등 공교육의 문제 때문이었다. 김씨는 남편과 진지하게 상의한 끝에 대입 전까지는 대안 학교에 보내기로 했고 아예 처음부터 중등교육과정까지 마련된 곳으로 입학시켰다.
“소극적이던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더니 적극적으로 변했어요. 아마 체험학습과 칭찬 등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학교 가기를 얼마나 즐거워 하는지 몰라요. 일반 학교보다 학부모 정기 회의와 교육 등이 많아 부지런히 쫓아 다녀야 하지만 하루 하루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아이를 보며 힘을 얻고 있습니다.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는 만족스럽습니다.”
정부 지원도 없고 학력 인정도 받지 못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의 관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001년 3월 ‘볍씨 학교’와 ‘산 어린이 학교’가 전일제 대안 초등학교로 처음 문을 연 후 현재 전일제로 운영중인 초등 대안학교는 전국적으로 20여 개를 넘어섰다. 한 학기 만에 문을 닫은 학교도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평균 학생수는 늘어 나고 있다. 대안 학교에 대한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궁금증을 모았다.
▦ 교육 철학
각 학교마다 교육 철학이나 방법론에 차이가 있긴 하나 모두들 자유, 개성, 조화, 공동체, 민주 등의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자치 활동’의 비중을 높게 두고 있는 게 가치 실현을 위한 방법이다. 진지하게,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도 함께 갖는다.
체험 학습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는 이 곳에서는 수학 문제를 하나 더 풀거나 덜 푸는 등의 일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자녀를 대안 학교에 보낸 학부모들은 교사 대 학생의 비율이 적어 서로 유대 관계가 깊고 아이들의 특성에 맞게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 운영 주체
운영 주체는 종교 단체, 시민 단체, 부모 등이다. 시민 단체에서는 YMCA가 대표적이지만 기독교, 천주교, 공동육아 경험을 쌓아온 부모 등이 조합 형태로 만든 경우도 있다. 운영 주체에 따라 교육 이념이나 방침, 교육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대안 학교를 선택할 때는 먼저 운영 주체를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 입학 방법
전형 과정은 일반 학교에 비해 복잡한 편. 먼저 학교측은 설명회를 열어 학부모에게 설립 과정과 교육 이념 등을 설명한 후 입학 원서를 배부한다. 원서에는 신상 명세뿐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살아온 과정, 대안 학교에 대한 생각 등을 상세하게 기록하도록 돼 있다.
그 다음에는 학교 수업이나 행사 등에 참여하면서 학교 분위기를 익혀야 한다. 학교에 따라 횟수를 규정해 놓은 곳도 있다. 그 후 개별 면담을 통해 지원 동기를 확인하고 학교 철학에 동의하는지 이야기를 나눈 후 최종 입학여부가 결정된다. 3~6개월의 전형 과정을 거치는 곳도 있다.
▦ 준비 과정
정규 과정을 포기하는 선택인 만큼 학부모의 결단이 필요하다. 학부모가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무리 좋은 대안 학교라도 아이가 제대로 적응할 수가 없다. 특히 공교육에 비해 학부모 참여와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곳이므로 학교 행사와 교육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돼야 한다.
주변에 대안 학교가 없으면 이사까지도 고려해야 하므로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입학 직전에는 시간에 쫓겨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려우므로 관심이 있는 학부모는 7세 초반부터 각 학교에 대해 알아 보고 설명회에 참여하는 등 준비를 해야 한다.
‘대안학교 길라잡이’(민들레ㆍ8,500원), ‘우리 아이 꼭 시리즈’(중앙 m&bㆍ권당 5,900원) 등 대안학교 관련 서적들을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 초등 대안학교
*24개의 초등 대안학교 가운데 몇몇 학교를 소개한다.
푸른 숲 학교
경기 하남시에 위치, 2003년 3월 문을 열었다. 교과서와 교과 활동에 쓰는 물품과 생활 도구를 직접 만들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학기를 마칠 때는 학부모, 학생, 교사가 잔치를 벌인다. 수업은 주 5일이고 학부모 모임이 주 1회 실시된다. 입학금 50만원, 예탁금 700만원, 기부금 300만원, 월 수업료 35만원. (031)793-6591
무지개 학교
2003년 과천에 문을 열었고 공동체적인 삶과 체험을 통해 배우는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주제를 정하고 개인의 능력과 흥미에 따라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 기부금 300만원, 예탁금 200만원, 입학금 40만원, 월 수업료 35만원. (02)507-7778
꿈틀 자유 학교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 ‘꿈을 키우는 틀’이라는 뜻을 가진 이 학교는 2003년 문을 열었다. 스스로 결정하고 항상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 가지 주제를 정해 1~2주일 정도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을 하는 등의 테마 학습을 한다. 예탁금 500만원, 월 수업료 30만원 (031)848-3346
어린이 학교
경기 부천시 소사구에 위치. 사랑방교회에서 운영하는 이 학교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길러 주기 위해 자연 현장 학습을 위주로 수업을 진행한다. 언어와 예능 수학 등과 더불어 신앙까지 지도하고 있다. 입학금은 없고 월 수업료 32만원, 식비 6만원 (031)544-1615
고양 자유 학교 뜻이 있는 학부모들이 만든 학교로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지영동에 위치. 입시 경쟁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자유롭게 커 갈수 있도록 열린 교육을 하고 있다. 국어 영어 수학 등 교과목 수업, 생태 체험, 박물관 탐방, 야외 활동 등을 진행한다. 출자금 500만원, 입학금 50만원, 월 수업료 38만원. (031)965-0402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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