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주도해온 대(對) 테러법 개정안이 9일 영국 하원 표결에서 부결됐다.
영국 하원은 경찰이 테러 용의자를 기소 없이 최장 90일 동안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반 테러법 개정안을 표결해 반대 322, 찬성 291로 부결했다. 이번 결과로 블레어 총리는 1997년 취임이래 처음 하원 표결에서 패배를 기록하며 지도력에 타격을 입었다.
블레어 총리는 이 법안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반발에 부닥쳤지만 “이번 투표는 내 권위에 대한 시험”이라며 정면 돌파를 강행했다. 그러나 집권 노동당의 반란표는 그에게 뼈아픈 결과를 안겨주었다. 노동당은 야당에 비해 66석이 많지만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닉 레인스포드와 크리스 뮬린 의원 등 49명의 의원이 블레어 총리에게 등을 돌렸다.
이번 표결로 블레어 총리의 당내 지도력이 흔들리면서 그의 조기사임을 예측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이클 하워드 보수당수는 “블레어 총리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면서 사임을 촉구했다. 자유민주당의 사이먼 휴스 의원은 “블레어 총리의 조기 사임을 불러 올 ‘역사적인 날’ ”이라고 말했다.
블레어 총리는 올 5월 총선 승리 이후 정치적 입지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선거 공약이던 교육과 공공 서비스 개혁안은 당내에서조차 극심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또 최근 총리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데이비드 블런켓 노동연금장관이 개인비리 혐의로 사임하면서 연금제도 개혁안 역시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이라크 전에 대한 의회조사 요구까지 겹치면서 사면초과에 몰린 블레어 총리가 거센 퇴진 압력을 이겨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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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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