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와 고유가 부담이 겹치면서 한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원전이 부활하고 있다. 세계 핵협회(WN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 440기의 원전이 있으며 건설중이거나 계획중인 원전은 135기에 이른다. 경제성장과 함께 에너지 수요가 급증한 중국과 인도 등 신흥공업국이 원전건설 붐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그 동안 원전건설을 중단하거나 기존 원전을 폐기하려던 선진국들도 생각을 바꾸고 있다. 다양한 대체에너지 개발이 시도되고 있지만 상당기간 원자력 외에 대안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 문제는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인 원전의 개발이다. 꿈의 원자로라는 핵융합로는 우리나라도 참여한 국제 컨소시움을 통해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나 상용화까지는 요원하다.
일본이 앞장선 고속증식로는 2050년께나 상업발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남아공이 개발 중인 코버그 원자로는 발전 터빈을 돌리는 데 고온의 헬륨가스를 사용하고 원전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아직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 현실적 대안은 전 세계 원전의 80%를 차지하는 경수로의 개량이다. 미국, 일본, 유럽, 러시아 등은 각기 개발한 3세대 신형원전(Gen Ⅲ) 판매에 혈안이 돼 있다.
미국은 가압 경수로 AP-1000와 1,350MWe급 Sys 80+, 1,350MWe급 비등형 경수로 ABWR로 중국과 인도시장을 노린다. 일본의 APWR, 유럽 표준형 EPR, 러시아의 VVER-1500은 모두 1,500MWe급 가압경수로다.
한국표준형 원전 KSPN을 개량한 APR1400도 여기에 필적하는 신형 원전이다. 각국의 신형 원전 수주경쟁은 경제성과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킨 제 4세대원전(Gen Ⅳ) 개발의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 북한에 제공할 경수로가 러시아형이 좋은지 중국형이 좋은지를 놓고 각국 전문가들 사이에 공방이 치열하다는 보도다. 전문가들은 당초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북미 제네바합의에 따라 북한 신포에 짓기로 했던 한국표준형 원전은 논외로 친다.
미국 웨스팅하우스 사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어 미국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미국 의회 분위기로 봐서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6위의 원전 강국으로 한국 원전의 독자성과 안전성을 국제적으로 공인 받겠다는 우리의 야무진 꿈이 허망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