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펀드, 선박펀드, 영화펀드, 드라마펀드, 금펀드, 석유펀드, 옥수수펀드, 돈육펀드, 기숙사펀드, 날씨펀드….
바야흐로 펀드의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으로 투자대상의 다양화가 가능해지면서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전통적인 펀드 외에 새로운 펀드들이 속속 쏟아지고 있다.
올해 가장 각광을 받은 신종 상품은 적립식 펀드와 함께 간접투자상품의 두 축을 이룬 부동산 펀드다. 지난해 7월말 현재 1,390억원에 불과했던 부동산펀드 규모(수탁잔액)는 지난 8일 현재 현재 2조2,490억원으로 폭증했다.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펀드를 구성한 뒤 특정 개발프로젝트나 임대사업에 투자해 그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의 부동산 펀드는 비교적 소액으로도 부동산 간접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부동산 뮤추얼 펀드’로 불리는 리츠(REITs)와 부동산펀드의 ‘변종’으로 일컬어지는 경매펀드도 주목받고 있다. 리츠 상품은 뮤추얼 펀드와 유사한 방식으로 수익증권이나 주식을 발행해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은 뒤 부동산에 간접투자하는 상품이다. 특히, 최초의 위탁리츠(투자대상에 제한이 없는 리츠)인 ‘코크랩 7호’가 11일 상장될 예정이어서 관심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경매펀드는 법원 경매나 공매를 통해 나오는 부동산 실물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선박펀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 중에서 빼놓을 수 없다. 선박펀드는 펀드 투자금과 은행차입금으로 선박을 구입한 뒤 이를 해운선사에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3월 첫 선박펀드인 ‘동북아 1호’가 판매된 이후 지금까지 모두 33개의 선박펀드가 선을 보였다. 동북아 1호의 경우 수익률이 6.5%로 은행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9일 출항한 31만톤급 초대형 유조선 ‘유니버셜 퀸’호가 유달리 주목을 받았던 것은 바로 ‘동북아 1호’를 재원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류 열풍을 등에 업고 영화 드라마 공연 뮤지컬 등에 투자하는 엔터테인먼트펀드가 새로운 틈새상품으로 부상할 기세다. 기존에는 사모펀드(비공개모집) 형식이 주종이었으나 지난달말 CJ자산운용이 자산운용업계 최초의 공모형(공개모집 방식) 엔터테인먼트펀드인 ‘CJ베리타스 퍼스트 리쿱 엔터테인먼트 펀드’를 내놓으면서 일반 투자자들도 큰 부담없이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실물(實物)지수와 연계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 상품들도 각광을 받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에너지, 금속, 귀금속, 곡물, 가축류 등 25개의 개별상품 선물가격을 기초로 1991년부터 산출 발표하는 GSCI지수투자 펀드가 대표적이며 WTI원유지수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나오고 있다. 이 밖에 항공기를 담보로 돈을 빌려 쓴 채권에 투자하는 항공기펀드와 펀드 자금으로 대학기숙사를 건립한 뒤 기숙사를 운용해 수익을 올리는 기숙사펀드 등 기상천외한 상품들이 계속 선을 보이고 있다.
한덕수 부총리가 9일 “금융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취급 상품을 다양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날씨, 자연재해, 사회현상 등을 지수화해서 만든 금융상품도 나올 전망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신종 펀드들의 경우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단점이 있지만 투자대상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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