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가 논란을 빚어온 지상파TV 낮 방송과 관련, 9일 ‘규제 완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지상파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케이블TV 등 관련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데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시청률 경쟁에 매달리고 있는 형편이어서 ‘시청자 복지 확대’라는 본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결정에 가장 반발하는 곳은 케이블ㆍ위성TV 업계. 연간 360억원으로 추산되는 지상파TV 3사의 낮 방송 추가 광고수익의 상당부분이 케이블ㆍ위성TV 광고시장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육 방송채널사용자(PP)협의회 회장은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해도 낮 방송 허용이 지상파의 줄어든 광고수익을 보전하려는 의도임은 명약관화하며 이는 PP들의 주 시청시간대를 직접 겨냥한 비수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상파 3사는 당장은 제작비도 건지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연 360억원의 추가 수익은 광고판매율을 50%로 잡아 추산한 것으로, 현재 광고시장 형편으로 볼 때 실제 판매율은 20%를 넘기기 어렵다는 것.
하지만 방송위가 지난해 광고판매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향후 5년 이내 매체별 광고매력도에 따르면 지상파는 100점 만점에 80점으로, 위성(58.18), 케이블(52.78) 등 여타 매체를 크게 앞지른다.
따라서 일단 낮 방송이 시작돼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면 지상파TV로의 광고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방송위의 이번 결정은 한정된 광고재원의 분배와 직결된 문제여서 매체간 시청률 경쟁의 격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실련 등 일부 시민단체가 방송 프로그램의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들은 한결같이 낮 시간대 주 시청자층인 노년층이나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방송 접근권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작비도 건지기 힘들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할지는 의문이다.
또 방송위가 오락 프로그램에 한해 편성비율을 30%로 제한한 것이 도리어 기존 방송시간대 오락 프로 확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전체 방송시간에 대한 오락 프로 편성비율은 50%를 넘지 못하도록 돼있는데 낮 방송은 30%로 제한한다면 다른 시간대에 오락 프로가 늘어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양한열 방송위 지상파부장은 “그런 부작용이 없도록 계도하겠다”고 했으나, 수익 올리기에 목을 맨 방송사들이 구속력 없는 ‘권고’를 얼마나 따를지는 미지수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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